아브람의 깨달음
아브람은 웅장한 성을 뒤로했다.
돌로 지은 탑과, 불멸을 꿈꾸는 문명.
거기서 믿음은 금과 돌처럼 굳어 있었고,
형상은 신의 자리를 대신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믿음’이라 불렀으나,
그것은 실체화된 욕망의 탑이었다.
아브람은 그 문턱을 넘어 광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모래의 바다 위를 걸었다.
발자국은 바람에 지워졌고,
흩어진 발자국마다 가능성이 피어올랐다.
밤하늘의 별은 끝없이 흘러내려
그의 어깨를 적셨다.
그 별빛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여기선 아무것도 굳어 있지 않다.
모든 것은 흘러가고,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그의 품에는 유일한 아들, 이삭이 안겼다.
그 아들은 모든 기도의 응답이었고,
모든 희망의 형상이었다.
그 형상 앞에서 아브람은
다시 실체화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것만은 잃을 수 없다.’
그때 전능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것을 나에게 바치라.”
아브람은 번쩍 눈을 떴다.
이것은 죽음의 명령이 아니라,
형상을 깨뜨리라는 초대였다.
그는 칼을 들었으나,
수풀에 걸린 희생양을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형상은 불태우고,
의식은 다시 무한한 가능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날 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모래를 세어라. 셀 수 없을 것이다.
별을 세어라. 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네 자손이다.”
아브람은 깨달았다.
그 자손은 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들은 굳어버린 성에서 벗어난 자들,
광야에서 별빛과 모래바람 속에
자유롭게 빛나는 영혼들이었다.
네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말은
살과 피로 난 자식을 죽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 안에서 굳어버린 형상,
너의 믿음을 실체로 붙잡아두는 집착과 아집을
불태우라는 부르심이었다.
마찬가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질 자손에 대한 약속도
단순한 숫자의 번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네 뇌가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와 연결되는 그 순간,
별과 모래처럼 끝없는 우주의식을 담을 수 있는
열린 그릇이 되라는 명령이었다.
그 약속은 오늘도 우리를 광야로 부른다.
실체의 도시를 뒤로하고,
무한의 별빛 속으로 걸어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