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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우주의 셋째 날

우주가 나를 통해 깨어날 때

by 무이무이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의 셋째 날에 대해 의아해합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지구와 태양은 거의 동시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창세기에서는
식물이 먼저 만들어지고, 태양은 그다음 날(넷째 날)에 등장합니다.

이건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줍니다.
“식물이 태양 없이 자란다고? 그게 가능한가?”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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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에 이미 ‘빛’이 창조되었으니께~, 그 빛으로 식물이 자랄 수 있는겨~.”


하지만 그것은
창조주를 지구라는 작은 동네의 골목대장쯤으로 축소시킨 결과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궤변이자
지구 중심적 사고의 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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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움직이는 근원적이며 절대적인 힘, 법칙, 그리고 질서입니다.
지구의 식물이 태양 없이도 잘 자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순 억지이고, 우주를 만든 그 질서 자체를 무시하는 주장입니다.


창세기의 이 순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창조의 본질을 왜곡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순서를 우주적 메타포,
즉 우주의 구조와 원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암호로 본다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훨씬 더 깊고,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우주의 셋째 날’은,
그 놀라운 암호를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우리는 중력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모든 물체는 차분히 땅에 붙어 있고, 우리는 그 위에 선 채 삶을 살아갑니다.
발아래에 닿는 무게, 낙엽이 떨어지는 궤적, 비가 되어 내리는 구름까지—모두 중력의 질서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질문이 생깁니다.
저 별들, 저 은하들이 '서 있는 땅'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그들은 지구 위에서 우리가 느끼는 중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중력장 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거대한 은하 우주선을 타고 매우 빠른 정보의 필라멘트를 따라 달리고 있는 셈이죠.


지구는 초속 0.465 km로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초속 29.78 km로 공전하며,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따라 초속 230 km로,
우리 은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위에서 초속 627 km로 질주합니다.

비행기로는 1시간 반, 배로는 하루가 넘게 걸리는 거리를 눈 한 번 감았다 뜨는 사이에 지나가버립니다.

엄청난 중력의 소용돌이에 실려간다는 얘기죠.



1. 우주는 끓는다 – 밀도 요동, 그리고 거품


우주는 정지된 공간이 아닙니다.
양자 요동에 의해 불확정성의 바다 위에서 밀도 차이가 생겨나고,
그 밀도 차이는 마치 끓는 물처럼 우주적 거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거품은 단순한 기포가 아니라,
에너지 밀도 차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의 구조입니다.
말하자면, 현실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거죠.
(아 잠깐만요. 라면 끓일 물 좀 보고 올게요!)




2. 우주의 거품이 식을 때 – 필라멘트와 보이드


시간이 흐르며 이 우주 거품은 식고,
끓던 흔적은 필라멘트와 보이드라는 구조로 정착합니다.

보이드는 우주의 빈 공간,
필라멘트는 마치 비누 거품이 엉켜 만든 그물망 구조입니다.
이전글에서도 다루었듯이, 창세기의 ‘궁창(라키아)’이라는 말,
고대 히브리어로는 금속판을 두드릴 때 생기는 요철무늬라는 뜻입니다.

놀랍게도,
이 고대의 비유는 현대 우주의 구조와 소름 끼치게 닮아 있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직관의 언어, 그것이 신화입니다.






3. 회전이 중력을 낳는다 – 중력장의 소용돌이


이제 그 우주 그물망 안에서 회전이 시작됩니다.

필라멘트 속에 있던 물질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며,
마치 물병을 빙글빙글 돌릴 때 안에서 소용돌이가 생기듯,
우주적인 회전력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회전은 어디서 온 걸까요?

바로 보이드(거대 공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보이드는 암흑에너지로 가득 찬 우주의 저밀도 지역입니다.
이 보이드들이 점점 팽창하면서,
서로를 밀어내는 듯한 장력(tensional force)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장력이 보이드 사이를 연결하는 필라멘트(흰색 튜브처럼 생긴 구조)를 바깥쪽으로 밀어내게 됩니다.

이 밀어내는 힘이 방향성을 가지게 되면서,
필라멘트 내부의 물질들이 회전을 시작하는 것이죠.


이 소용돌이가 원심분리처럼 작동하며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암흑물질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축이 형성됩니다

이 회전이 바로 중력장의 근원입니다.
중력은 그냥 "떨어지는 힘"이 아니라,
회전에서 비롯된 구조적 힘인 셈입니다.


자이로스코프:

마치 자이로스코프가 회전을 통해 스스로의 축을 유지하듯,

우주 역시 보이드의 팽창에서 비롯된 회전력으로

중심을 만들고, 질서를 형성합니다.

그 회전은 원심분리를 일으켜, 중력장을 드러내고

결국 은하와 별이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됩니다.

회전은, 우주의 질서를 싹 틔운 첫 움직임입니다.



그래서 중력장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생겨나고 변화하고 연결됩니다.

이 과정을 창세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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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여기서 말하는 ‘물’은 실제 물이 아니라,
에너지가 낮은 보이드들이 주변을 팽창시키며
물질과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몰아넣는 현상이고,

‘뭍’은 중력장이 드러난 자리,
즉 은하와 별이 자랄 수 있는 중력의 중심지입니다.

그곳에서 우주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보이드와 보이드(우주의 저밀도 거대거품들, 거시공동)의 사이 보이드의 표면을 따라 중력장이 가지를 친 모습. 은하들의 이동을 수년간 관측하여 그 흐름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시뮬레이션 한 그림.




4. 중력은 가지를 친다 – 생명의 구조가 시작되다


중력장은 필라멘트 구조를 따라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갑니다.
마치 잎맥, 또는 신경망, 나무의 가지, 또는 물의 흐름처럼.
이건 은하가 탄생할 준비를 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가지마다, 블랙홀이 탄생합니다.

블랙홀은 우주의 씨앗입니다.
물질과 정보를 끌어당겨,
중첩하고, 압축하고, 응축하며,
결국 별을 만들고, 원소를 만들고, 은하를 만들어냅니다.

그 씨앗에서 맺히는 결과물,
창세기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죠.




“뭍은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와 각종 채소를 내어라.”


이건 그냥 고대 농업 문명이 만든 상징이 아닙니다.
고대인들이 우주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상징적으로 꿰뚫어 본 우주적 은유인 것입니다.




우주가 열매 맺는 방식


당신의 몸도, 당신의 숨도,
당신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저 별빛도
모두 그 씨 가진 열매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우주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씨앗은 블랙홀이고,
그 줄기는 중력장이며,
그 잎은 중력장의 가지이며

꽃과 열매는 은하와 천체들, 그리고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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