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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Sep 26. 2019

오만과 편견, 다른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를 읽고 든 생각

무하메드가 탄생한 도시 메카를 순례하는 것은 이슬람교도에게는 의무이자 세속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를 여행하고 있을 때, 메카 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인파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묵던 호텔은 부하라의 아르크 고성 맞은편에 자리한 곳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했다. 떠들썩한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니 여자, 남자, 어른,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필경 부하라의 모든 사람들이 다 모였을 것이다. 마침내 메카를 순례한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당도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프차에서 내린 그들을 꽃으로 치장하고 무등을 태우고 환호하며 환대했다. 환대를 받는 사람들도 마을 사람 모두와 눈을 맞추며 악수를 하려 애썼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지만 알 수 없는 감동이 느껴져 나도 그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함께 환호하고 노래하며 메카 순례를 다녀온 그들을 여행자인 나 또한 환대했다. 메카 순례를 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순례자를 위해 기도하고 순례자는 순례기간 동안 선행을 베푼다. 축제 같았던 그 현장은 감동 그 자체였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글쎄, 환대가 각박한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너무 생소한 모습 이어서일까? 아무튼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경이로웠고 감격스러웠다. 중앙아시아에서 유명한 이슬람 사원을 여행하고 미나레트를 보고 이슬람 왕의 업적을 읽어도, 신문에서 IS 기사를 읽고 수니파와 시아파가 왜 싸우는지 이유를 알아도 지금까지 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깨달았다. 나는 이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알 수 없는 감정들 사이에, 배가 아플 때마다 부르는 부처님 하느님 삼신할머니 사이에 알라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그때는 했었다.     


벨기에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일본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을 읽었다. 부제는 '오늘날의 문제들에 답하는 인류학'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에게는 본능적이라 할 수 있는 하나의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기 사회와 가장 동떨어져있는 사회의 관습, 신앙, 관례, 가치 등을 순전히 그리고 단순히 거부하는 것이 그것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고대 중국인은 자신들의 문화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을 '바르바르' 혹은 '오랑캐'라고 규정했는데 바르바르는 새들의 짹짹거림, 즉 동물적 속성을 나타낸다. 오랑캐 역시 야만스러운 종족을 뜻하는 말로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을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유리한 조합을 구현하고 문명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현미경으로 초점을 맞추어 물체를 볼 때 초점 너머나 아래에 있는 물체는 크기가 그렇게 작지 않더라도 어렴풋하고 흐리게 보이거나 심지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레비스트로스는 이것이 우리가 보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예맨 난민들이 말레이시아를 넘어 나의 고향 제주로 왔다. 전쟁을 피해 낯선 곳에 찾아온 이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일 것인지 다양한 논의의 장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는 근원도 알 수 없는 혐오의 말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가 예맨과 예맨의 난민, 더 나아가 다른 문화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이다. 솔직히, 혐오하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 세상 모든 문명과 테러에 대해 다 안다고 자부하며 막고 쫓아내는 것보다는 (어차피 속도와 유입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문화 유입의 흐름은 막을 수도 없다. 이 시대에!) 우리의 '본능적 경향'을 돌아보고 알고, 어떻게 인간들끼리 조화롭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이 갈등과 테러의 위협을 넘어서는 더 빠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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