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터스베르크 정상을 향해
잘츠부르크 카드 '뽕 뽑기'를 위해 아침 일찍 운터스베르크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장면에서 폰 트랩 가족이 알프스 산맥을 타고 탈출을 하는데, 바로 그 배경이 되는 산이다.
등산이라고 생각하고 간 곳이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운동화에 가벼운 옷차림이었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린 나의 눈앞에는 꽤 가파른 설산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정상에 보이는 십자가.
같이 케이블카를 탔던 사람들 대부분은 산을 오르지 않았지만, 엄마는 용감했다.
"딸,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한 번 올라봐야지?"
"에~? 우리 신발 이런 거 신고 왔는데? 굳이 뭘 가. 여기서 보나 올라가서 보나 똑같을 거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올라가는게 말이 되니?"
크, 몇 년 후면 환갑인 우리 엄마, 참 용감하시다.
용감한 의지의 엄마 덕에 생각지 못한 험난한 등산이 시작되었다.
깊게 빠지는 눈을 푹푹 밟으며, 자칫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 얼음을 밟으며.
등산용 스틱에 등산화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도착한 산 정상에는 신기하게도 푸릇푸릇한 잔디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감탄을 자아내는 알프스 풍경이 우리를 둘러쌌다. "Welcome to Germany"라는 유심 안내 문자는 덤.
산 아래에 있을 때는 여기서 보는 풍경이나 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나 별 차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산 정상 뒤로 끝없이 펼쳐진 산맥과 산봉우리들, 저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무엇보다 엄마는 살다가 이런 설산 풍경도 다 본다고 참 좋아했다.
좋아도 좋다고 표현 잘 안하는 엄마 입에서 나온 "좋다"는 말에, 나도 참 좋았던 운터스베르크 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