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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Jan 12. 2022

찬바람에 몸과 마음이 시릴 때

감기 예방에 최고!  무 듬뿍 메추리알 오뎅탕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진 초겨울 날이었다.

하루 종일 밖에서 덜덜 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텅 빈 냉장고가 떠올라 마트에 들렀다. 목도 칼칼하고 피곤함이 몰려와 대충 장 봐서 빨리 집에 가야지 하는데 문득 매대에 놓인 무가 눈에 띄었다.


요리 초보이자 자취하는 나에게 있어 무는 다소 어색한 식재료였다. 양파나 계란, 김, 참치 같이 비교적 자주 써오던 식재료에 비해 커다란 무를 보고 있자면 자취하는 내가 혼자 이 많은 양을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날도 무는 접근하기 어려운 포스를 뽐내고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저 무신 같은 포스랄까.  / 출처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런데 이상하게 무가 자꾸 눈에 밟혔다. 매대에 놓인 수많은 무 중에 얄상하면서 살짝 구부러진 무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너 지금 춥지? 으슬으슬 감기 올 거 같지?
나 한번 먹어봐! 진짜 맛있어!



거참 신기하다 싶어 다가가 가격을 봤더니 무 하나에 19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하니 무가 한결 가깝고 정답게 느껴졌다. 무를 가지고 뭘 해 먹을까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하다 듬성듬성 커다랗게 썰어진 무를 넣고 푹 끓인 포장마차 오뎅국물이 떠올랐다.


출처 : 크라우드 픽


겨울이면 야근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종종 집 앞 포장마차에 들르곤 했었다. 떡볶이와 함께 뜨끈한 오뎅 국물을 들이키면 추운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직장인들 사이에 껴서 먹다 보면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사는구나 묘하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래, 정했다! 오늘은 무 넣고 오뎅탕을 끓여보자.
단백질도 들어가면 좋으니까 한입에 쏙 먹기 쉬운 메추리알도 넣어야겠군.


나에게 말을 건넨 그 무를 용기내어 집어 들었다. 오뎅탕에 들어갈 메추리알과 오뎅, 육수 팩 등도 함께 사들고 집에 들어온 뒤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그 따뜻한 맛을 떠올리며 요리를 시작했다.



[무 듬뿍 메추리알 오뎅탕]


[재료 소개]

무 1/5

대파 1대

팽이버섯 한 줌

청양고추 1개

오뎅 100g  

메추리알 100g

물 1L

멸치 다시마 육수팩 1개

국간장 1큰술

소금 1/2 큰술

다진마늘 1/2 큰술



[만드는 법]

1. 무를 적당히 얇게 사각으로 썬다. (너무 두꺼우면 무가 익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2. 대파와 청양고추, 팽이버섯을 송송 썰어 준비한다.


3. 물 1L에 멸치 다시마 육수 팩을 넣고 10분간 끓여 육수를 낸다.


4. 육수 팩을 건진 후 무를 넣고 끓인다.


5. 국간장, 소금, 다진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 간을 한다.


6. 무가 익어서 살짝 투명해질 때쯤 오뎅과 메추리알을 넣는다.


7. 오뎅이 익어서 둥둥 떠오르면 팽이버섯과 대파를 넣고 푹 끓인다.


8. 완성! 맛있게 먹으며 '국물이 끝내줘요!'를 외친다



캬~ 국물 한 입 먹는 순간부터 온 몸 가득 온기가 퍼져나갔다. 오뎅탕을 먹자마자 감기가 올 것처럼 칼칼했던 목이 확 나아진 느낌에 신기해서 무의 효능을 살펴봤다. 무려 ‘가을 무는 보약’ 이란다. 가을, 겨울에 먹는 제철 무는 기관지 건강에 좋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탁월할 뿐 아니라 소화에 좋고 칼로리가 낮아서 (100g 당 33칼로리) 다이어트에도 좋다.


으슬으슬 몸이 추운 상태에서 갑자기 무에 눈길이 갔던 것은 본능적인 것이었나 보다. 그동안 본능적으로 당기는 음식들이라고 하면 치킨, 피자, 라면 등 자극적인 음식이었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직접 장을 보기 시작하니 이런 일들도 생기는구나 싶어 그저 신기하다.


추워진 날씨에 몸과 마음이 시린 분들,

면역력 강화에 좋은 무가 듬뿍 들어간 오뎅탕 드시고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 보내셨으면 좋겠다.




 ** 자세한 요리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유튜브 <주니바의 식탁> 감기 예방에 최고! 무 듬뿍 메추리알 오뎅탕


**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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