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아니지만 가성비 최고!
친구와 서로의 안부를 묻던 중이었다. 친구가 어이없다는 듯 내뱉었다.
정신 차려보니까 7월이더라…??
요즘 들어 한 해가 부쩍 짧아짐을 느낀다. 학창 시절엔 마치 한 편의 시트콤처럼 하루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30대가 훌쩍 넘어가니 비슷한 하루의 숨 가쁜 반복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시트콤이 아닌 블록버스터급 사건은 아무도 모르게 다가오는 법이다. 뒤통수 세게 한 방 얻어맞으면 이후 시간은 더욱 빨리 흐른다.
무한 반복과 이따금 튀어나오는 변주.
이것이 어쩌면 나이 들수록 시간의 빠름을 체감하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멍 때릴 여유가 간절해 보였다. 결혼생활과 직장생활, 자기 계발, 틈틈이 운동까지. 숨 가쁘게 하루가 흘러가다 보니 더욱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그 와중에 임신 시기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묵직한 고민이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친구와의 짧고도 굵은 대화를 마치고 달력을 보았다. 달력 한편엔 ‘초복’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벌써 7월 중순. 무더위는 폭염의 탈을 쓰고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요즘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찾아오다 보니 습한 공기와 후덥지근한 날씨에 잔뜩 지쳐있던 터였다. 그런데 때마침 초복이라니. 기가 막히게 원기회복 타이밍을 설계한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날. 보양식 하면 역시 삼계탕이지!’
갑자기 뜨끈한 삼계탕이 먹고 싶어졌다. 자취인 주제에 직접 삼계탕을 만들어 볼까 생각해봤으나 만만치 않았다. 삼계탕 끓이는 과정 중 제일 곤란한 것이 닭을 손질하는 것과 각종 약재를 구하는 것이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닭을 손질하고 약재를 우려내려면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확 만사가 귀찮아졌다.
삼계탕에서 닭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계탕만큼은 아니지만 단백질 듬뿍 닭가슴살 만으로도 기운 충전은 가능하지 않을까. 기왕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김에 오트밀을 활용해 완전 초간단 버전으로 만들어보았다.
오트밀 40g(종이컵 1/2컵), 닭가슴살 110g, 양파 1/4, 대파 1/5, 물 250ml(종이컵 1.5컵), 우유 50ml(종이컵 1/3컵), 다진 마늘 1큰술, 소금 1/2 티스푼, 참기름 1큰술, 깨
자고로 닭죽은 마늘맛이다. 약재를 넣지 않는 대신 면역력에 좋은 마늘을 듬뿍 넣었다. 은은한 마늘향이 닭가슴살에 촉촉하게 베어 들어 신기하게 늘 먹던 닭죽의 바로 그 맛이 났다. 전자레인지가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맛이다.
이 레시피의 또 다른 주인공은 우유다. 우유는 닭 냄새를 잡아줄 뿐 아니라 닭가슴살에 부족한 지방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우유 덕분에 사골국물이 연상되는 진하고 뽀얀 국물 맛이 나니 일석삼조다.
뜨끈하고 고소한 닭죽 한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삼계탕 같이 깊은 맛은 아닐지라도 5분 만에 만든 닭죽이 이 정도면 가성비 최고다.
그나저나 초복부터 이렇게 더우면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푹푹 찌려나 걱정이 앞섰다. 이 지독한 열대야라도 없어지면 바로 원기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빨리 흘러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왔으면. 무더위에 마음까지 오락가락하는 요즘이다.
*자세한 요리 과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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