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련이 많은 미련한 타입이라
흔히 말하는 '쉬운 만남'을 잘 못한다.
'아 몰라, 맘에 안 들면 헤어지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가볍게 만나보자란 맘을 가져도
내 감정은 언제나 가볍지 않더라.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는 생각도 많이 하고,
그 사람의 단편적인 것만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노력으로 안되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의 진심 같은 사람들 중 누구라도
지금까지 함께였다면
내가 여기다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진 않겠지.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그 이별의 후폭풍이 오기 시작한다.
허한 마음에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노래를 듣다가도 눈물 콸콸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만 힘든 걸까?
카카오톡 프사 좀 슬픈 느낌으로 바꿔야 하나?(찌질..)
그 사람은 뭐 하고 있을까?
나는 왜 자꾸 이별을 하지?
역시 난 별로인 건가?
나는 또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하지?
아주 과거의 기억부터 끄집어 내
미안한 것만 생각나고, 왜 그랬을까 자책하는 하루하루.
겁자기 텅 빈 주말이 길고 그게 슬프다.
길에 손깍지 낀 커플도 슬프다.
엊그제의 나도 저렇게 하고 다녔다고.
알고 있다.
이 미련도, 아픔도 언젠가 기화될 것이란 걸 아는데도
아는 아픔이 젤 힘들잖아.
그렇게 겪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이 감정.
그렇게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차오르기시작하면
결국 토해내듯 울고 마는데
한참 울다 보면 잠깐 현타 같은 게 온다.
나는 왜 이렇게 슬퍼하는 거지?
헤어진 게 슬픈 게 맞나?
그냥 내가 슬픈 게 슬픈 건가?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을 더는 볼 수 없어서 슬픈 것도 있지만
이별해서 힘든 내 모습이
스스로도 너무 가엾게 느껴져서 슬픈 것도 있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날 바라보는 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단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 오지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그 사람이 좋아서란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나를 사랑하는 존재, 내 편이 있다는 그 안정감이 좋아서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