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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하이힐은 신고 '걷는'게 아니라 신고 '있는' 거라고.
워낙에 편한 차림으로 다니는 편이라 힐을 거-의 신지 않는 편인데
가끔 경조사나 얌전한 옷차림이 필요할 때면 운동화를 신을 순 없기에 구두를 꺼내곤 한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발에 잡힌 물집으로 고생 좀 하고.
멋도 모르고 멋 부리던 20대 초반 시절,
길에서 팔던 예쁘고 화려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하이힐들...
내 취향이라고 덥석 샀다가 뒷굽이 불안정하게 흔들거리고
발바닥은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이 아파
이건 구두가 아니다, 이건 고문기구라며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집어던지고 싶던 기억...
그 기억 때문일까 지금은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값어치를 할 정도의 내구성과 편안함을 우선으로 여긴다.
덕분에 고문기구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착화감이 무척 좋은 건 모르겠다. 그냥 하도 안 신어 버릇하니 그런 건가..?
그런데도 아찔하게 높은 굽에 반짝거리는 하이힐을 보면 또 그렇게 예쁘다.
예전엔 앞코가 둥근 게 좋았는데 요샌 뾰족하게 잘 빠진 게 너무 예쁘고
'별에서 온 그대'를 볼 땐 천송이 구두가 그렇게 예뻤다지.
봄이 오니 핑크색의 구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묘하게도 높으면 높을수록 예쁘다. 스틸레토 힐의 뒷모습은 아찔하고 치명적이지.
근데 분명 안 신겠지. 안 신을 거야. 높으면 높을수록 너는 바라만 보는 존재일 거야.
그렇게 난 하이힐 구경을 실컷 하고 플랫 로퍼 하나를 골랐다.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구나... 너란 하이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