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Jun 10. 2020

직장 적응기

오랜 기간을 아이 엄마로 지내다 보니 영 직장인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아기와 친정엄마 그리고 남편을 빼고는 대화를 할 사람이 딱히 없었는데 동료들이 생기다 보니 모든 상황이 아직도 어색하다.


점심을 허겁지겁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무척 좋지만 가끔 업무를 하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걱정되는 순간이 온다. 우리 엄마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어련히 잘 봐주겠냐 싶지만 2년을 하루 종일 내내 붙어 있던 아이와 떨어져 있으니 괜스레 더 걱정이 된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잔뜩 생각하다가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아직은 상사의 부름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나 또 무슨 실수를 했을까 싶어 두근두근하다가도 직장 생활이 원데이 투데이도 아닌데 편하게 마음을 먹자고 나를 다독이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고를 나와 여대도 다니고 남녀공학인 대학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여자들과의 관계는 몹시 불편하다. 어릴 적부터 비비탄을 쏘고 남자아이들과 놀아 선머슴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정도로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데 여초 직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너무 피곤하다. 말을 안 하자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뭐라 하고 말을 하면 꼬투리를 잡히기도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직장 생활이 늘어나도 불편하기만 하다. 아직은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이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없으니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더 고민이 된다.

골드미스가 많이 있는 조직이라 현재는 아이가 아니면 생활의 변화가 크게 없어 대화거리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본의 아니게 묵언 수행을 이어가게 되는 원인이다.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앞으로 많은 날들이 일과 아기의 균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출근해서 언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육아에 지친 엄마들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일하는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