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월은 ‘끼'라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다. ‘흥'이라고도 불리는 이 것은 규칙과 규율로 획일화된 네모난 교실에서 주체를 못 하고 퍼져나간다. 여름 매미 소리, 하복의 소년, 소녀들. 그리고 가두리 양식장 속 양식물들처럼 가두어진 꿈. 졸음을 참지 못한 민유월을 꾸짖으며 선생님은 삼복더위에 운동장 열다섯 바퀴를 명한다.
- 여러분 새 친구를 소개할게요. 다시 태어난 민유월입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민유월은 참을 수 없는 기분으로 교실을 뛰쳐나가고 교실의 아이들과 선생님은 좀비 바이러스에라도 감염된 듯 고장 난 댄스를 시작한다. 에어팟을 끼는 순간 주위의 모든 것들은 댄스 좀비로 난장이 된다. 한국판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주연이라고 하는 민유월역의 심현서 배우는 순간순간 몰입감 있는 춤으로 장면 장면을 이끈다.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르를 촌스럽지 않고 재치 있게 이끌어 나가는 솜씨가 졸업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매끄럽다. 누구나 가슴속에 묻어 둔 꿈 한 보따리는 있는 것처럼 사회의 규격에 따라 제품화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서글픈 초상이 소년의 춤으로 승화된다. 비록 한 여름밤의 꿈일지라도 그 유쾌한 몸짓과 흥겨운 음악이 서랍 속에 발레 슈즈를 넣어두고 규격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을 수밖에 없는 선생님처럼 꿈을 잃어가서 서러운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것이다.
인도 영화에는 다 함께 떼창과 떼춤을 추는 마살라 타임이 빠지지 않는다. 춤과 음악, 노래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는 흥의 모든 것이다. 몸에서 마음과, 영혼, 신체를 분리해 낼 수 없는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몸과 표정이 음악에 실리면 표현해 낼 수 없는 것은 없다. 모든 희로애락이 경계선을 넘지 못하고 이성의 영역을 배회하는 언어와 문자의 어떤 지점을 사뿐히 뛰어넘어 소통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획득한다. 춤과 음악이 스크린이 옮겨가면 대사 없이도 서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원시의 유흥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춤추는 민유월은 학교를 뛰어넘어 온갖 장소에 흥 바이러스를 투척하고 다시 무시무시한 담임선생님에게로 돌아와 화해의 발레 앙상블을 보여준다. 여러 장르의 춤에서 발군이지만 역시 자신 있는 것은 발레라는 듯이 아름다운 턴과 곧은 자세로 성인과 아동의 군무를 무리 없이 마무리 짓는다. 여름날 더운 교실의 꿈이었다로 끝나지만 민유월의 흥겨운 댄스 판타지는 30분간 지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