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지도 모르겠다. 징후가 몰려온다. 어릴 때야 예고도 없이 앓다가 후루룩 낫곤 했는데 이제는 잔병이 잦다. 한 쪽 눈만 충혈되어 물컹한 탓에 몰골이 병든 길고양이 같다. 굳은 목과 인후의 통증이 몸살의 예고편처럼 지루하다. 지루해지자 일상이 되더라.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책임이나 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여보 당신 좋아하는 것조차 귀찮다. 직면한 모든 것들로부터 달아나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몸이나 지지면서 온 종일 자고 싶다. 아파보면 건강한 게 제일 중한 줄 안다고 중늙은이같은 생각만 든다. 위가 튼튼해야 먹고 싶은게 있고 눈이 건강해야 읽고 싶은게 있는거고 코가 안막혀야 기도 안 막히지. 요 며칠 추웠다고 당장 골골대는 모습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요즘 같을 때 기침이라도 하면 큰일인데 다행히 그냥 몸살인 거 같다. 딱히 어디가 콕 찍어 아픈게 아니라 지지부진 앓는 터라 조용히 내 면역력을 응원해 줄 수 밖에 없다. 까딱 잘못하면 심하게 몸살이라도 앓을 것 같은 간당간당한 경계에서 비타민씨와 홍삼만 퍼붓는다. 몸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게 세포 올올이 느껴지는데 마땅히 해줄 게 없는 무력감이 밀려온다. 잔뜩 열이 오른다. 머리는 지끈지끈. 진작에 좀 일찍 재우고 무리하게 일시키지도 말고 밥도 잘 먹이고 그럴걸. 후회해도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인가. 관 뚜껑 닫고서는 죽고나면 다 무슨 소용인가 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