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좋아해요?라고 묻는다. 손에 든 계란이 순간 레몬처럼 보인다. 의문문의 끝은 레몬처럼 상큼하고 가볍게. 눈웃음이 봄 같다. 겨울에도 춥지 않을 표정이다. 미움을 사본 적 없어요.라고 얼굴에 적혀있다. 차가운 버터를 또각또각 썰어낸다. 풰이타주(feuilletage)는 버터와 밀가루가 완전히 융합되지 않은 적당한 상태에서 아름다운 결이 만들어져요.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너무 가까우면 관계를 망치듯 반죽을 망치게 되죠. 만들어진 반죽은 쉬는 시간이 무려 이틀이나 필요했다. 충분히 쉬지 못하면 수축하고 이지러진 못생긴 파이가 된다고 한다. 그것도 사람이랑 같네요. 개나리색 충전물에 검고 조그마한 바닐라빈이 떠다닌다. 바닐라빈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향과 물성을 지녔다. 말라비틀어진 검은 나뭇가지와도 같은 꼬투리의 반을 가르면 검은깨 혹은 오점으로 보이는 빈들을 긁어낼 수 있다. 그 향은 진득하고 강렬해서 현세의 무엇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놀랍도록 비싸다. 검은 금가루.
손으로 열심히 밀어대고 치댄 반죽을 틀에 앉힌다. 만두피처럼 동그란 파이 반죽을 역시나 동그란 틀 안에 밀착시킨다. 손이 찰 수록 좋아요. 수족냉증이 유리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를 뜨던 미도의 손을 잡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기억한다. 차가운 손은 식재료를 상하게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온기를 쥔 손의 역치가 높아졌다. 더 이상 타인보다 차갑지 않은 손이라는 사실을 감지한다. 체질이 이렇게 쉬 변하기도 하는 걸까. 타인의 손을 맞잡을 때는 차갑기만 하던 손이었다. 관계에 인색하고 다가오면 물러나던 손. 개나리색 계란물에는 설탕도 소금도 생크림도 들어있다. 달고 짭조름하다. 틀에 안착한 파이지 위로 충전물을 붓는다. 욕심이 지나치면 안 된다. 오목한 욕망이 찰랑인다.
뜨겁게 예열한 오븐 안으로 틀을 밀어 넣는다. 오븐 안으로 반죽을 밀어 넣을 때마다 화장장을 떠올리는 나쁜 습관을 고쳐보기로 한다. 뜨겁고 따뜻하다. 안식이 찾아온다. 오븐 안에서의 변화는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도 같다. 달궈지고 부풀어 오르고 밀어낸다. 캐러멜 라이징이 일어난다. 그 수많은 화학적 변화를 ‘맛’이라고 일축한다. 혀에 닿기도 전에 냄새는 ‘맛’의 승전보를 알린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냄새. 갓 구운 빵과 과자의 냄새. 잔뜩 성이 난 에그타르트의 부푼 볼은 점차 가라앉는다. 맛있어 보이는 얼룩들. 에그타르트 특유의 검은 반점들로 설탕의 자취를 더듬어 본다. 빠진 사랑니 자리를 혀로 더듬어 보듯 달의 뒷면을 상상한다. 그늘진 크레이터에서 캐러멜 냄새가 난다. 에그타르트는 노랗고 풍만한 보름달을 닮았다. 틀이 완전히 식으면 분리를 해요. 급하다고 식기도 전에 꺼내면 다칠 수 있어요. 다친 에그타르트가 원망으로 부서져 내린다. 그러면 안되고 말고. 얌전히 식기를 기다린다. 고소한 버터 냄새가 진동을 한다. 노랗고 평범하고 바삭하다. 어디선가 먹어본 그리운 맛이다. 알고 있는 맛이 가장 허기지다. 바삭한 파이지와 달고 고소한 계란 맛이 입 안에서 적당히 섞인다. 소소한 행운을 깨물면 이런 맛일까. 갓 구워낸 노을이 익어가는 오후 느지막이 티타임을 즐긴다. 황금빛의 무언가가 입안 저편에서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