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내 마음이 머문 순간

스마트폰으로 감정을 기록하는 방법

by 바다기린

읽고 쓰기는 익숙하지만 그리거나 만드는 일은 아직도 낯설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면 조금은 다르다. 손끝으로 그리지 못하는 것들을 순간의 빛으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찾은 타협점이 사진이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세 번이나 사진수업을 들었지만, 처음 두 번은 좌절로 끝났다. 수동 카메라, DSLR 카메라를 배울 때는 기술이 중심이었다. 익혀야 할 기능이 너무 많고 어려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달랐다. 기술은 거들뿐, 내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했다.

2025년 여름에 참여한 ‘사진으로 키우는 창의력’ 수업은 토요일 아침 7시에 줌으로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고 화면을 켜면 잠은 달아나고 빠르게 수업에 몰입하게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기본기를 익히면서 사진으로 어떻게 창의적 표현을 할 수 있을지 배워간다. 구도, 빛, 노출, 앵글, 보정 등 배운 것을 실습하고 익숙한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며 한 주를 천천히 살아낸다. 패들렛에 사진을 올리는 과정은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니라 내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되어간다.


그 수업 이후 사진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잘 찍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지, 그 순간 어떤 감정이 일었는지를 묻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시선이 달라지자 일상이 낯설어졌다. 그냥 지나쳤던 풍경들이 카메라 프레임 속으로 들어왔다. 사진이란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을 선택해 붙잡는 작업이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내 마음이 머문 자리에서 멈춰 서는 일이다. 모든 장면이 예술은 아닐지라도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이라면 기록할 가치가 있다. 예쁘거나 인상적인 사진이 아니어도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사진이 있다.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그 안에는 늘 내가 있었다. 말하지 못한 마음, 흘려보낸 순간들이 사진 속에서 조용히 말을 건다.

그렇게 배운 감각은 일상 속에서도 살아난다. 스마트폰을 들고 산책을 나서면, 공유 자전거의 멈춘 바퀴에서 ‘나도 잠시 쉬어야겠다’는 마음을 얻고, 보도블록 틈새에 자라는 풀에서 작은 생명력의 힘을 배운다. 아침마다 베란다 밖을 스쳐 가는 새는 오늘의 첫인사를 건네고,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 걸린 낮달은 반갑게 나를 따라온다. 눈앞의 평범한 장면들이 이제는 내 감정을 길어 올리는 프레임이 된다.


– 낮달이 내게 건넨 말 –

낮에도 달은 떠 있었다.

햇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올려다보는 순간,

그 달은 나를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실천 질문

Q. 오늘 당신의 눈길을 붙잡은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Q.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면, 어떤 마음을 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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