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예술처럼 바라본 장면

평범한 날 속에서 발견한 특별한 순간

by 바다기린

하루 중 마음이 가장 고요해지는 시간은 어쩌면 아침보다 저녁일지도 모른다. 무거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창문 너머 하늘이 천천히 어두워진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는구나. 그 순간, 온 하루의 무게가 조용히 풀려내려간다. 버스 창문에 비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겹쳐지고 희미해진다. 그 흔들림과 겹침, 투명하고 불투명한 이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순간, 마치 한 점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일상의 순간을 예술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면서부터였다. 평범한 장소를 천천히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매 순간의 평범함 속에도 예술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업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안양예술공원을 걷다가 바닥의 그림자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었던 적이 있다. 별것 아닌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나뭇잎 사이의 빛이 만드는 미묘한 패턴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도 하나의 예술이네요.”참가자 한 분이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이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그날 이후 나도 자꾸만 주변을 예술의 눈으로 보게 된다.


오늘도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오후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탁자 위에 떨어진 햇살의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햇빛은 컵과 화분 잎을 통과하며 탁자 위에 작은 추상을 그려냈다. 그림은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을 따라 변했고, 그 변화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쉬어갔다. 예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시선 속에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집에 오는 길에 보도블록 사이에서 작은 초록이를 발견했다. 매일 오가는 길이었지만 한 번도 눈길을 준 적 없던 자리였다. 보도블록 틈새에서 어렵게 피어난 작고 소중한 존재는 도심의 소음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작고 단단한 생명력을 조심스럽게 사진으로 남겼다.


일상을 예술처럼 바라보는 건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는 일이다. 특별한 장소나 거대한 전시가 아니라 매일 오가는 길 위에서, 커피 한 잔에서, 빛과 그림자가 만든 작은 움직임에서 예술은 이미 살아 있다. 오늘 하루 내가 지나온 모든 장면이 사실은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삶을 예술처럼 바라보는 법을.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장면들을 발견하고 기억하겠다고.


– 오늘 내가 본 장면 –

저녁 버스의 흔들리는 창 위에

겹겹이 포개진 사람들의 표정.

탁자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빛의 그림자.

보도블록 틈새에서 어렵게 피어난

작은 초록이.

무심히 스쳐간 모든 장면이

오늘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바라보는 만큼

삶은 예술이 된다.


실천 질문

Q. 오늘 하루를 돌이켜봤을 때, 마음에 오래 남은 장면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Q. 지금 남은 시간 안에, 평소에 지나쳤던 길을 한 번 천천히 걸어보세요. 어떤 장면이 새롭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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