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둔 한 점, 나를 지키는 시간

작품이 삶 안으로 들어온 순간

by 바다기린

아침 햇살이 벽을 스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세 점의 작품이 있다. 손안에 쥘 수 있는 장준호 작가의 1/13 사이즈 금동반가사유상 83호, 최 피터 작가의 《작은 용기》, 이부강 작가의 《옮겨진 풍경 6》. 이 작은 공간은 나만의 힐링존이자 명상 자리다.

마음이 어지러울 땐 반가사유상의 매끄러운 곡선과 따뜻한 미소를 손끝으로 느끼며 숨을 고른다. 자신감이 부족할 땐 어린 소녀가 수줍지만 힘차게 손을 뻗는 《작은 용기》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작게 외친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옮겨진 풍경 6》의 나뭇결 속에 쌓인 시간을 바라보며 조용히 내 속도를 되찾는다. 예술과 함께 하는 아침은 그렇게 하루의 결을 바꾼다.

김현영 <Here I am>

내 생애 첫 소장 작품은 김현영 작가의 《Here I am》이다. 2023 화랑미술제에서 1층과 2층을 오가며 수많은 작품을 지나쳤지만, 이상하게 그 한 점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그림을 사도 될까?’

‘가족이 아닌 나를 위한 것으로 이렇게 비싼 건 처음인데…’

머리는 계산을 했지만, 마음은 이미 그 그림을 향해 있었다. 이대로 그냥 집에 돌아가면 그 이미지가 자꾸 떠오를 것 같았다. 그때, 작가님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셨다. 작품 속 새처럼 여리지만 눈빛은 또렷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 작품과 작가 사이의 닮은 기운에 놀라고, 단둘이 나눈 짧은 대화가 그 그림을 내 삶으로 데려오게 했다. 지금도 그날의 설렘과 떨림은 선명하다.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곁에 둔다는 건 단순한 소장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를 응원하게 되고, 전시를 찾아가게 되고, 언젠가 다시 마주할 새로운 작업을 기다리게 된다. 꼭 값비싼 작품이 아니어도 좋다. 한 번은 동네 갤러리에서 권영희 작가님의 작은 도자 작품을 구입한 적이 있다. ‘버터플라이’란 식물을 심어 전시했던 삼족오 모양의 화분이다, 나의 게으름에 식물은 시들어 사라졌지만 도예작품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젠가 어울릴 화초를 다시 심어줄 생각이다.


작품 하나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고, 나만의 방식으로 곁을 내어주게 된다. 그렇게 예술 이 일상 속에 들어오면, 그림 앞에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눈이 먼저 머물고, 마음이 따라 앉는다. 무심코 커튼을 걷다가, 휴대폰을 내려놓다가, 쉬어가고 싶은 순간에 시선이 멈춘다.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조용함으로 위로를 건넨다. 예술이 삶 ‘옆’에 있는 것과 삶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나는 요즘, 매일 체감하고 있다.


– 곁에 두는 그림 –

문득 바라본 벽 한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조용히 내 기분을 다독이는 그림이 있다.

보는 이의 마음을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한 점의 그림처럼,

오늘 나도 같은 자리에

다른 마음으로 머문다.


실천 질문

Q.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순간은 언제였나요?

Q. 예술을 ‘가까이 두는 용기’를 낸다면, 그 첫 번째 한 점은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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