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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인 Sep 17. 2016

사진 , 설렘

*포토 에세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중학교 때 비싼 카메라는 엄두도 내지 못해 한 푼 두 푼 모아 값싼 똑딱이 카메라로 감성을 담겠다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펼쳐보며 좋아했었던 기억이 남는다.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담는지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그냥. 좋아서 찍었다.



사진은 참 신기하다. 내가 보는 풍경이 사진 프레임 그 네모난 틀 안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이곤 한다.   

그리고 같은 곳을 보아도 찍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다른 공간이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어느 순간, 어느 감정, 그리고 빛 수많은 변수들에 따라 같은 순간이어도 다르게 담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순간의 이미지에 담는 것. 내가 사진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끼는 이유이다.   


  

요즘 한창 빠져 있는 것은 필름 사진이다.   

필름의 색감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이 마음을 울렁울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약간 바랜듯하면서도 강렬한 느낌. 처음 내가 필름 카메라를 샀을 때

'내가 이걸 몇 번이나 찍을까? 찍을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디지털카메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상태이고 셔터스피드, 감도라는 기초적인 지식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저 필름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나도 찍어봐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 필름 카메라를 구입한 거였다.

정말 무모하기도 하고 생각 없는 나였다.    


뭣도 모르고 어찌어찌 한롤 36장을 찍어보고, 현상을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캔본을 보았다. 당연히 처음 롤은 굉장히 형편없었다. 초점도 맞지 않고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이 까맣게 나온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 사이사이 한두 장씩 정상적(?)인 것이 나왔을 때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아 내가 이런 시선으로 찍었었구나.   

이때 그 느낌이 이렇게 나왔구나.  

내가 찍은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필름 카메라의 매력 아니겠는가. 현상 후 사진을 보며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고, 그때 부들부들 숨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던 순간도 생각나고 , 가끔 초점이 나간 사진도 감성이라며 얼버무릴 수 있는 묘한 매력들  


여전히 나는 사진 초보이고,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실수도 하고 , 여전히 이 사진이 좋은지 저 사진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설렘도 여전히 다.   

셔터 소리에 두근거리고 ,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에서 매력을 느낀다.  

나는 이 두근거림, 설렘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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