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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Apr 20. 2023

기다리고 있을게요

웨이팅 서비스의 이면

여러분은 웨이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맛집 탐방을 즐기긴 하지만, 가게 앞에 늘어진 줄을 보면 기다리기도 전에 지쳐서 다른 곳을 찾아보곤 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대기 시간이나 예약 가능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편이에요. 이런 저도 웨이팅 하게 만들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몇 달 전 엄청난 대란을 일으켰던 포켓몬빵입니다. 웨이팅을 극도로 싫어하는 빌리도 기다리게 한 포켓몬 빵. 이 빵 속에 숨은 비밀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웨이팅도 마케팅 수단이라고?

포켓몬빵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요즘엔 웨이팅도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고 해요. 지나가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식당을 보면 ‘저기 맛집인가 보네, 다음에 가봐야지!’라며 핫플레이스라고 예상하는 것처럼요. 즉, 가게 내부엔 소수의 손님만 들여보내고 그 이후에 도착한 손님들은 밖에서 대기하게 만드는 전략이 대표적인 웨이팅 마케팅의 예시랍니다. 브랜드에서 MZ세대에게 웨이팅 마케팅을 시도하는 이유는 MZ세대의 특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MZ세대에게는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에 방문한 후 사진을 남겨 SNS에 업로드하는 등 경험을 공유하고 소비하려는 특성이 있답니다. 기나긴 웨이팅 끝에 핫플레이스 방문에 성공했다거나,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했다는 특별한 경험이 MZ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죠.



웨이팅은 이제 그만, 예약 서비스의 등장!

그렇지만 너무 과도한 웨이팅 유도는 금물이라는 점! 코로나가 해제되며 외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또한,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오프라인 식당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죠. 갑자기 늘어난 손님들로 인해 대기줄이 길어지는 문제를 막고자 외식 업계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식당에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온라인/비대면 예약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요.

(좌) 캐치테이블 / (우) 테이블링

대표적인 예약 서비스는 캐치테이블테이블링 서비스인데요. 캐치테이블은 실시간 음식점 예약 플랫폼으로, 원하는 날짜와 인원, 시간, 위치 등을 선택하여 음식점을 검색할 수 있으며, 곧바로 예약도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테이블링 서비스는 음식점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음식점 번호표를 뽑을 수 있는 줄 서기 어플리케이션이랍니다.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

“코로나 해제 이후 식당마다 사람이 붐벼 점심시간이 빠듯했는데, 이젠 15분 만에 밥을 먹고 여유 있게 운동까지 할 수 있어요” “일반 배달앱은 도착 시간 예상이 어려운데 매일 정각에 음식을 받을 수 있어 좋아요”


예약 서비스를 사용하면 미리 번호표를 뽑아둘 수 있어 불필요한 웨이팅을 피할 수 있고, 근처 카페에서 편하게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서는 예약 서비스로 예약하고 가면 웨이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꿀팁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답니다.



예약서비스, 어쩌면 약이 아닌 독

그렇지만 때로는 무작정 방문하고 싶을 때도 있는걸요! 너무 과열된 예약 서비스 트렌드에 불만의 목소리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명 맛집은 물론이고 동네 미용실까지, 예약 없이 혹은 예약에 실패하면 방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일상생활과 맞닿아있는 시설에 방문하는 경우에도 예약이 필수화 되어가는 추세에 너무 과도한 고급화 전략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어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디지털 소외 문제

누구나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불공평한 것 아닐까요? 하지만 예약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디지털 소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약 서비스인 캐치 테이블과 테이블링 서비스 모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은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출처 : 트위터

사실 식당 예약 서비스 외에도,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어요. 단순 금융 서비스부터 코로나19 백신 예약까지. 최근 많은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정보 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정보 보안 업체 안랩이 데스크탑 PC, 모니터, 노트북 등 사내에서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IT 자산을 한국IT복지진흥원을 통해 기증했다고 해요. 기증된 물품은 조손 가정은 물론 저소득 가정, 다문화 가정 등에 전달되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에 힘쓴다고 하네요.



죄송하지만, 예약하셨나요?

친구들과 맛있는 밥 한 끼 먹을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맛집에 방문했을 때, ‘예약제'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절망적일 수가 없거든요. 예약 여부를 묻는 직원분께, 저는 보통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식당 밖에 나와 지도 어플을 실행한 후, 곧장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식당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우리는 다른 식당을 찾아볼 수 있었을까요? 배는 고파오는데 밥 먹을 곳을 찾지 못해, 우리는 그 동네를 하염없이 거닐었을지도 모릅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예약 서비스의 등장으로 우리는 밥 한 끼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예약에 성공한 우리는 식당 안에서 맛있는 만찬을 즐기고 있겠죠. 하지만 예약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식당 밖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는 계속해서 등장하겠지요. 그만큼 디지털 소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어요. 


디지털 정보 격차가 해소되는 그날을 저도 함께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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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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