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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Jun 05. 2023

온 세상이 너를 위해 만든 하루

국제 댕댕이의 날을 기념하는 우리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기념하고자 여러 기업에서는 신박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네이버에서는 강아지 상식 퀴즈(댕댕 퀴즈)를,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강아지 매력점수 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견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원이’라는 7살 강아지를 키우는 한 명의 견주로서 바라본 국제 강아지의 날 마케팅은 꽤나 흥미로웠다. 대충 훑고 지나가는 콘텐츠가 아니라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들게 하여 쉽게 지나칠 수 없었고, 실제 댕댕 퀴즈를 응시한 결과 ‘우리는 댕마고우’라는 귀여운 이미지와 글자가 나타나 강아지에 대한 애정을 심화시켰다.


이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외에도 유기견 조회 서비스 및 애견 동반 장소를 공유했던 네이버의 서비스는 기념일의 취지와 걸맞게 강아지의 견격(犬格)을 높이는 데에 기여한 것으로 보였다.



누구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기를

‘국제 강아지의 날’이란 기념일 이전에 에디터 한아가 좋아했던 하나의 기념일 마케팅이 더 있다. 바로 점자의 날을 맞아 LG전자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이다.

예전에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음료수에 적혀있는 점자는 ‘콜라’, ‘이프로’와 같은 상호명이 아니라, ‘탄산음료’, ‘음료수’처럼 추상적으로 적혀있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 또한, 지하철 내에 적혀있는 점자도 플랫폼과 맞지 않는 숫자가 붙어있거나 아예 거꾸로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점자는 지금 우리가 한글을 쓰고 읽고 있듯이 누군가의 언어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자를 배운 적이 없고 해석할 수 없기에 그동안 기업이 어떻게 점자를 표시해 왔는지, 심지어는 표시의 여부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LG전자는 이러한 점자를 발견하고 점자의 날을 맞아 저시력용 점자 스티커를 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 전자기기는 대부분 터치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버튼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를 파악해 LG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에 부착할 수 있는 맞춤형 점자 스티커를 제작한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제품 개발 및 캠페인은 어쩌면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매출이나 효과를 거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공유하는 LG전자의 따듯함은 나의 시선을 점자라는 새로운 곳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바쁜 도시 속 10분 동안 멈춰있던 시간

국제 강아지의 날에 이어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지구의 날’ 하면 가장 유명한 기념일 행사가 있는데, 바로 ‘20시 소등 행사’이다. 그동안 소등 행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는 지구의 날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어, 태어나 처음으로 소등 행사에 참여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더불어 내가 사는 아파트 1층에도 지구의 날 소등 행사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단지 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3시, 5시 30분, 7시 30분을 지나 8시가 되기 3분 전이 됐다. 엄마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 명은 불을 끌 준비를, 한 명은 창문 너머로 함께 불을 끌 사람들을 지켜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7시 59분 59초가 되고, 불을 껐다. 모든 빛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집 안은 깜깜해졌다.


불을 끈 나는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눈에 담고자 곧장 창문으로 달려갔지만, 많은 가구의 전등은 여전히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직 8시가 되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며 숨죽이고 기다렸지만, 8시 3분이 됐는데도 여전히 불들은 환하게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지구의날 행사에 동참하길 바라며 기다렸던 창밖 풍경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참하는 행사였기에 남들도 그러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는 많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은 허무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적막 속에서, 불을 끈 채로 10분이 되길 기다렸다. 토요일 저녁 8시에 불을 끈 거실은 공허했다. 캄캄하면서도 빛이 들어왔다. 정신없고 복잡한 도시 속에서 마치 불이 꺼진 거실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거실에 불을 꺼서 어두웠음에도 창문 바깥으로부터 빛이 들어와 눈앞에 사물들의 실루엣은 볼 수 있었다. 마치 재난영화, 좀비영화에서 금방이라도 세상이 종말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 눈을 감았다 뜨며 생각했다. ‘1년 중 딱 10분 동안만 지구를 위해 불을 끄자는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만큼 힘든 약속일까?’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귀찮음을 깨고, 사소함을 깨고 나와 전 세계를 넘어 지구와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다.



다시 흐르게 된 시간 속에서 바라본 지구의 날 기념일 마케팅

마케팅의 트렌드는 매우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요즘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ESG’라 답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특히 지구의 날은 ESG 중 E(Environment)와 관련되는 기념일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환경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텀블러와 에코백을 마구잡이로 생산했었다면, 이제는 이의 문제점을 알아차린 기업은 다른 마케팅 수단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팝업스토어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도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팝업스토어는 한 번의 팝업을 연 뒤에는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기업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혹은 숨긴 채 ‘환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전히 경계해야 할 것이 많은 세상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는 또 무엇을 살피고 지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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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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