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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Dec 10. 2023

내일의 나는 혹시 없을지도 모른다.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모두가 잠이 든 새벽

이곳이 어딘지 모를 불이 꺼진 빌라 계단의 닫힌 출입구 사이로 불어오는 2006년 02월의 겨울바람은  어찌나 날카롭던지 살을 에인다 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손과 발도 모자라 마음까지 시리게 했다.


나는 왜 집을 나와야만 했을까?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당시에는 돌아보지 말고 나갔어야만 했다. 

적당히 겹쳐 입을 옷 몇 벌과 핸드폰 그리고 이십만 원이 내 전부였고, 중학교 동창에게 이십만 원을 주며 

한 달 동안만 네 방에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부탁했다.


정확히 사흘만이었다. 사흘 만에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니 집에서 나가달라 이야기했고, 내 전부였던 이십만 원은 결국 돌려받지 못한 채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한 달여 기간 동안의 겨울 노숙 생활은 배고픔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창피함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수치에 닿아있었다. 


"죽어도 밖에서 죽을 거야. 절대 집에 돌아가지 않아."


고독함

당시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고 어두웠던 감정


가깝다 생각하는 주변에 도움을 아무리 청해 보아도 결국은 혼자였다. 

내가 보는 세상은 온통 깜깜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이제는 정말로 누구 하나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내일의 나는 혹시 없을지도 모른다."


먼 미래는 모르겠고, 오늘 지금 당장 구걸이라도 시작하는 게 좋겠어 하루에 만 원씩만 삼십일만 모으면 그 돈으로 분명 고시원 정도는 갈 수 있으니 그때 뭔가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역으로 구걸하러 가는 길은 걸어서 가기에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어둑어둑한 새벽 이대역을 지나 아현역으로 향하던 시장 길목 초입에서 누가 마치 버려놓은 듯 빳빳한 오천 원짜리 한 장을 주웠다. 

정말 오래간만의 횡재 어찌나 마음이 기쁘던지


아현시장 골목 끝에 다 왔을 즈음 불이 켜진 분식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오뎅 앞에 한참을 서 망설였다. 


딱 두 개만 진짜 두 개만 먹고 가자 그래봐야 천 원이니까 사천 원이 남는다.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뜨거운 오뎅을 먹으며 줄어가던 오뎅국물을 눈치 살펴 계속 떠먹던 그때의 내가 아직도 생각이 나. 

그래서 그런가 이맘때 즈음 추운 겨울이 되면 아직도 나는 오뎅에 미쳐서 산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왔지만 절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2006년의 2월 겨울 


이 이상 더 내려갈 바닥이 있을까? 

이 추위에 밖에서 얼어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생각했던 그 겨울은 내 인생에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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