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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화 Feb 04. 2024

우연보다는 필연_1

사진에도 감정이 담겨있음을

 나는 우연보다 운명과 필연을 조금 더 믿는 편이다.

마치 누군가를 통해 예비되어 있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요즈음 출퇴근 시간이 매우 넉넉한지라 오며 가며 음악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하지만 지난 기억을 곱씹어 올라가기를 즐겨하고 있다.


그때 만약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2013년의 어느 날이다.


나는 당시 내 직업과 관계가 깊었던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각종 대회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무척 잦았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선수 심사를 보던 중 무척이나 눈에 띄는 아이를 심사하게 되었다.


"이 친구 누구야? 어디 소속이래?" 

"얼래? 왜? 관심 있어? 그런말 생전 안하던 놈이? 사심을 가지고 심사하면 안 되는 거 알지? ㅋㅋ"

"무슨 소리야 사심은 무슨 헛소리 적당히 하시고"

"학원 강사인 것 같던데? 알아봐 줘?"

"아냐 아냐 그냥 손이 야무져서 한말이야 신경 쓰지 마"


심사가 끝나고 나서 며칠이고 당시 상황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그저 인상이 깊었나 보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하며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013년 9월 즈음이었던가? 다른 타 단체에서 심사위원 요청이 들어왔고 나는 2012년 대회 입상자 관례상 심사위원에 합류하게 되었다.


스테이지를 들어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몇 개월 전 내가 심사를 보았던 아이였다. 

"어? 저 친구.."

"저번 단체에서 떨어져서 다른 대회를 나왔나 보구나? 생각보다 근성이 좋네"


그 친구의 시연이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가볍게 목례를 나누고 심사위원실로 돌아와 심사를 마무리했다.


"야 나 그 친구 또 만났다?"

"누구??"

"저번에 기억나? 내가 심사위원실 와서 저 친구 누구냐고 물어봤던 거?"

"아아 알지 그 친구 또 나왔어?"

"응 그러게? 또 내가 심사했네?"

"어때? 잘하는 것 같아? 본선 가겠어?"

"나야 모르지ㅋㅋ 근데 역시 지난번에 느낀 건데 손이 야무져 사람이 똘망똘망한게 당차네"


실은 내 눈에 무척이나 반짝거렸다.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반짝거려서 고개를 푹 숙이고 기술적 심사에만 집중하느라 심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예선전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바삐 지내며 영남지역 지방출장의 어느 날이었다.


"뭐 해? 어디야?"

"갑자기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나 지금 영남 출장 중인데 왜??"

"아.. 너 영남이야??"

"응 회사일로 교육이 있어서 출장 왔지 무슨 일인데??"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오늘 대회 본선 진출자 OT인 거 알지??"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아직도 OT를 하나 보네? 근데 그거 왜??"

"같이 가자 심사위원도 참석해도 된다던데?? 나는 겸사겸사 영업하러 가야 되는데 너도 같이 가자"

"나 영남이야 직원들끼리 오느라 차도 안 가져왔어.. 미안"

"하.."



"그럼 내가 데리러 가면 너 같이 갈 거지?"

"늬가 데리러 온다고?? 여기를?? 여기 오는데 4시간은 넘게 걸릴 건데??"

"응 알어 알어! 그러니까 내가 데리러 가면 같이 갈 거냐고ㅋㅋㅋ"

"어? 어.. 어 그래 오냐! 와바 한번 ㅋㅋ 오면 같이 갈게"


내 친구는 정말로 나를 데리러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부지런히 달려왔으며 정신 나간 내 친구 덕에 우리는 함께 대회 OT 장소에 참석하게 되었다.


본선에 진출하시게 된 선수분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려는데 

눈앞에 무척이나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그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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