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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조 Oct 30. 2022

5. 턱샵 다음은 모닝티(Morning Tea)야

모닝티는 또 뭐예요, 학교에서 왜 아침부터 차를 마시라는 건데요!


턱샵 이야기를 했으니 모닝티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학창 시절 턱샵 만큼이나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것. 그게 바로 모닝티였다.


모닝티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 차와 다과를 먹으며 한숨 돌리는 시간을 일컫는다. 모닝티라는 이름 때문에 반드시 차를 마셔야 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커피를 마셔도 되고, 우유나 주스를 마셔도 된다. 아주 가벼운 브런치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학교는 아침 9시부터 10시 20분까지 1-2교시 수업을 연달아 듣고, 2교시가 끝나면 20분 동안 모닝티 시간을 갖게끔 되어있었는데, 이걸 몰라 달랑 점심 도시락만 싸갔던 나는 한동안 모닝티 시간 내내 친구들이 사과니 요거트니 치즈에 크래커를 꺼내먹는 동안 눈만 꿈뻑꿈뻑하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턱샵과는 달리 모닝티 타임은 호주인들의 삶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직장에서도 따로 모닝티 타임이 지정되어있을 정도다. 

우리 가족도 10년의 호주 생활 동안 이것에 완전히 물들어버리고 말아, 귀국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능하면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꼭 모닝티를 챙기려 한다. 이 시간대에 뭔가를 가볍게라도 섭취해주지 않으면 금방 에너지가 고갈되어버리는 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턱샵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가져오는 모닝티 간식들을 유심히 관찰했고 마트에 가서 같은 걸 따라 사곤 했었다. 아래는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들이다.



Uncle Toby’s Yoghurt Topps Muesli Bar (엉클 토비의 요거트 뮤즐리 바)

호주에선 다양한 뮤즐리 바를 맛볼 수 있는데 그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이 엉클 토비였다. 

딸기맛, 벌집 꿀맛, 복숭아 맛 등 다양한 토핑이 있었는데 딸기가 제일 상큼해서 이걸 자주 먹었다.


Sesame Snaps (참깨 비스킷)

볶아낸 참깨 위에 달콤한 꿀과 메이플 시럽을 얹어 바삭하게 굳힌 것.

깨의 기름지지만 고소한 맛 사이로 꿀과 시럽의 농후한 달콤함이 스며들어 맛있었다.



Fairy Bread, Iced Finger Buns (페어리 브레드, 아이싱 핑거 번)

페어리 브레드는 버터를 바른 하얀 식빵 위에 무지개 스프링클을 뿌린 것. 

아이싱 핑거 번은 소시지 빵 위에 분홍색의 부드러운 아이싱과 코코넛 가루를 듬뿍 얹은 것이다.

사실상 둘 다 그냥 빵, 버터, 설탕 맛뿐이지만 둘 다 색이 너무 예뻐서 자주 사 먹었다.




나중에는 한인 마트에서 사 온 한국 과자들도 적절하게 섞어서 가져갔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빼빼로, 초코송이, 새콤달콤, 콘칩 같은 것들이 호주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특별해 보였던 모양인지 내가 한국 과자를 도시락 가방에서 꺼내면 한 두 명씩 슬금슬금 내 곁으로 다가오곤 했다.


이 즈음 ‘sharing is caring’이란 표현도 배웠다. 애들이 자꾸 이 말을 반복해서 그랬다. 

직역하자면 ‘나눔이 곧 돌봄’이란 뜻인데, 실생활에서 사용될 때의 뉘앙스는 “같이 좀 나눠먹지?” 이런 느낌에 더 가깝다. (당연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불우이웃 돕기 또는 교회에서 이 문구가 사용될 때는 직역한 뜻에 더 가까운 쓰임새로 이해하면 되겠다)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난 내 과자를 아낌없이 나눠주곤 했었다. 간식으로 애들의 환심을 사려던 마음이... 아주 없었다곤 못하겠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에 같은 반 애들 대여섯 명이 내 도시락을 멋대로 열어 과자를 까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맘대로 먹어 놓고선 내가 정색하면서 다가가니 시선을 피하며 딴청 부리는 게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모른다. 하다 못해 손가락과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나 제대로 털고 나서 시치미를 뗄 것이지. 슬픈 사실은, 이때도 아직 영어를 잘 못해서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애들에게 다시는 과자를 나눠주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덕분에 졸업할 때는 Advanced English Class에서 많은 호주인 학생들을 제치고 전교 2등을 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그 얌체들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헤이! 돈 터치 마이 푸드!”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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