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회의를 했다.

by Something

내가 계약직으로 회사를 다녔을 때

정규직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


계약직만 빼고 업무회의를 하러

회의실로 들어가고.

“전화 오면 좀 받아줘요.”

한산해진 사무실만큼이나

뭔가모르게 내 마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회의였다.

이제 사업 정리도 해야 하고,

사업계획도 세워야 하고,

못다 한 결과보고… 도 챙겨봐야 하고,

사내 경진대회도 준비해야 한다.


팀 회의 말고 업무 담당자끼리 하는

사업 회의를 하면 내가 제일 말이 많다.

공유해야 할 사항을 다 있을 때 정리해야

마음이 편해지니까.

가끔 내가 회의하자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엄청 직장인 같은 모습이다. >_<


예전엔 회의실에서 보자는 뜻은

그만두겠다는 말이나,

뭔가의 문제를 말하거나 들을 때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말할 날을 기다려본다. 손꼽는다.

그만두겠다고 언제쯤 말할 수는 있나 싶고,

당당하게 잘 못 된 점을 말하고 싶은데

회의실 끌려가서 혼나지 않으면 다행이라 싶다.

몇 달 전에 회의실에서 한 시간 정도 혼났었나?

팀장님이 매우 화를 내셔서

조용히 팀장님의 손 잡았다.

“팀장님. 조금만 진정해서 말씀해주세요.

다 알겠습니다.”

쩝…

그러고 며칠 있다가 날 생각해주신다며

좋은 이야기와 칭찬을 해주셨다.

바로 그 장소에서 바로 그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던 그 회의에 내가 들어간다.

그런데 아무런 생각이 없다.

이상할 정도로 내 생각만 든다.

‘무슨 말을 하려고 회의를 하는 거지.’

‘바쁜데 제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최대한 회의실에 늦게 들어가려고

막판까지 있다가 노트랑 펜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빈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이런 회의가

그때는 왜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회의실에 숨 막히게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을 배당받는 그 회의에

안 들어갔던 것이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다녀올 테니 잠깐만 봐줘.”라고 말하는

팀 사람들이 나를 봤던 것이 신기하다.

난 정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우리 인턴들 얼굴은커녕,

말 한마디도 못 걸고 집에 보낼 때가 많다.

화장실을 갔다 왔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참 빠르게 갈 때가 있다.

그래도 말 한마디 건네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 흔한 한 마디가 있는데.

“오늘 날씨 정말 춥죠?”


지금 생각이 드는데.

난 그때 그 회의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였던 것 같다.

내 일을 하고 싶어서.


누구의 업무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내 일을 하고,

뭔가 어른 같아지길 바랐던 것 같다.


어른들이 참석하는 그 회의하면 남는 것은

쟤는 대체 무엇을 하길래 나에게 이걸 시킬까 하는

마음의 소리와 어쩜 저렇게 작은 일을 크게 말하는 재주를 가졌을까 하는 놀라움과

내가 월급에 비해 업무량이 많다는 슬픔도 느꼈고

금요일은 언제 오나 싶다가,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 짜증이 날 뿐이다.


회의는 참 그렇다.

에휴.

혹시 우리 인턴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까 싶어서

말을 해준 적이 있다.

“회의는 안 들어가는 게 좋아요.^^

업무 돌아가는 거 공유하다가 일이 늘어서 와요.

그냥 나중에 일정 공유하거나 가벼운 회의 때

분위기 보러 한 번 보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회의가 매우 많이 싫지만.

우린 회의를 해야 한다. ㅠ_ㅠ

내일도 회의 잘하고 오기.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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