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회사 다닐 때 선배가 그랬다.
“가끔 노래 안 듣고 그냥 집에 가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돌아왔던 대답은,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 있어.
너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야.”
나는 음악을 좋아하니까 그럴 일 없을 것이라 했다.
출퇴근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어디를 나갈 때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질까 불안했다.
반드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어야 하니까.
휴일에 집에서 낮잠을 잤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전화받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시끄러워서 미안하다는 말에
“그냥 소리가 많구나 했어.”라고 대답했다.
그날 이후,
퇴근길에 음악을 듣지 않고 집에 간다.
얼마나 이럴진 모르지만 며칠은 그러고 있다.
하지만, 아침엔 반드시 듣는다.
졸리기도 하고.
뭐라도 하루를 버틸 즐거움을 충전해야 한다.
아침에 듣는 음악은 진심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
틀림없다.
퇴근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
생각보다 매우 조용하다.
가끔 누군가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들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도 들리니까 그냥 들어보기도 한다.
어제는 누군가 소개팅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상대편이 본인 할 말만 엄청나게 한 모양이다. 무슨 말을 해도 듣지도 않고 이야기했다며
친구에게 어이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같이 공감해줄 뻔했다.
집에서 언제 오냐고 전화가 왔다.
노래를 듣고 있다가 이어폰으로 전화 벨소리가 나면
놀라서 목소리 톤이 커진다.
특히나 발라드처럼 잔잔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며
놀다가 전화 벨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쿵쿵한다.
오늘은 평온하게 받았다.
놀랄 일도 없고, 핸드폰으로 이런 거 저런 거 보고 있다가 전화 왔다는 알림이 떠서 받았다.
맛있는 소금 빵을 사다 두었다고 한다.
평소 같았으면 알았다고 얼른 전화를 끊었을 텐데,
오늘은 물어봤다.
“왜 사 왔어?”
네가 요즘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다했다.
얼른 와서 팥빵이랑 같이 먹으라고 한다.
빵 때문이었을까.
벨소리에 놀라지 않은 마음이었을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보던 사진들을 봤다.
그냥 아무 일도 없던 잔잔하고도
평온한 일상 같았다.
노래를 듣지 않고 집에 가는 길은
참 고요하다. 다들 오늘 하루가 버거웠을까.
수십 명이 있는 지하철은 말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바다 같다.
잔잔하게 들리는 파도소리 같은
지하철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도 해보고
인터넷 기사도 정독해본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사나 생각도 해본다.
내일도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 먹고 하겠지만
내 발소리도 들어보고, 바람소리도 들어본다.
그리고 그냥 조용히 생각을 멈춰
비어있는 좌석을 바라봤다.
오늘 있었던 소란한 일들과 키보드 소리와
다양한 말이 오가야만 했던
사회적 관계 속 지쳤던 나를
고요한 시간 속에서 멍 때리며 정리해본다.
오늘.
매일 가지고 다니는 에어팟에 끼우는
멋진 케이스를 선물 받았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라서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거라
매일매일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물한 사람의 취향 속에 내 취향을 담아줘서
참 좋았다.
내일 아침 에어 팟을 통해 듣는 노래는
조금 더 따뜻할 것 같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