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저녁에 비가 내렸다.

by Something

아침에 우산을 든 사람을 보고

비올 날씨가 아닌 것 같은데 우산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퇴근한다고

신나게 나왔는데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있다.

내리는 비가 대수인가.

집에 가겠다는 굳센 마음은 막을 수가 없다.


얼마 만에 맞는 비인가.

조금 빨라진 발걸음에 같이 오던 사람을

앞에서 기다렸다.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은

오늘의 헤어짐이 아쉬운지 차갑기만 했다.


따뜻하게 입고 온 패딩이 비로 눅눅해졌다.

지하철은

오늘따라 차가운 비를 피해

유독 많은 것 같은 사람들 속에서

집으로 가겠다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 더해져

더웠다.

너무.

더웠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도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를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다.

비는 내리고 있는데

찍히지 않았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이렇게 서있는데

카메라에는 빗방울이 찍히지 않았다.

그냥 어제와 같은 하루다.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고,

계절의 변해감은 길거리에 녹아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한 참을 여기까지 걸어왔다.


눈이 오면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그러면 흔히는 말한다.

온갖 악한 검음이 하얗게 변해간다고.

아무런 일도 없듯이.

다 덮어진다고.


비가 내려도 흔한 말이 있다.

나쁜 게 다 쓸려서 내려갔으면 한다고.

미세먼지도,

길거리에 있던 더러움도,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았던 듯 조용하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던 듯이 말이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 알프레드 디수자


분명 스며든 빗 방울이 존재했는데

어디에도 찍히지 않은 빗방울처럼

모든 건 변한 게 없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갈 것이다.

이렇게 비가 왔음을 알 수 있지만

모른다.

내일이면 사라져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냥 그랬던 하루였을 뿐이었다.


왔었는데, 안 왔습니다.
주말이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월급을 받았는데, 안 받았습니다.

오늘 직접 수확하신 은행을 선물로 받았다.

하나하나 직접 까시고 정성스레 가지고 와주셨다.

은행을 주워서 이렇게 선물해 주시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은행만 보이고

이걸 어떻게 먹을까 생각한다.


따뜻하게 데워 껍질을 까고

하나라도 더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그 마음들이 노랗게 퍼졌다.

마음속에 시들지 않는 은행나무가 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린 왕자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했다.

그리고 그 비밀의 해답

오직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보슬보슬 내린 빗방울도

우리가 함께 한 시간도

누군가의 부지런한 손길이 묻었던 은행도

마음의 하루에는 다 담겨있고

보일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싶어 했으니까.


오늘 마음속 나의 하루는

참 따뜻했다.


오늘 마음으로 본 비밀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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