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늘은. 내일은.

by Something

오늘은 몇 년 만에 잠잠해진 코로나 덕에 회식을 했다. 거리두기가 풀리자마자 회식이라니. 싫긴 했지만, 여러 상황들이 있었는데 밥 한번 먹지 못했던 게 서로가 마음 쓰이는 상황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외근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맛있는 고기에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고.

뭔가 서로 꽁꽁 싸매 뒀던 종이를 이제는 풀어서 펼쳐 보여줘야 하나 싶은 순간이 왔다.

슬슬 다들 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서로에 대한 고마움들.

그리고 미안함들.

매일을 가족보다 더 많이 보고사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이야기라고는 친한 사람들 빼고는 제대로 할 시간이 별로 없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조용한 사무실에 메신저만 바쁜 게 요즘 상황 아닐까.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하찮게 떠도는 먼지 같은 소문들.

직접 물어보기까지는 한 줌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 한 줌의 크기는 각자 다를 것이다. 얼마나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일까.

“이 자리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우리끼리니까 그냥 편하게 말하면요.”


예전에 회식자리 술 게임에서 계속 지는 바람에 택시에 실려가서, 엄마한테 엄청 혼난 이후로 몇 년 만의 술이다. 크.. 오늘 참 술이 달기도 하고 즐거웠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때 그래서 상처받았어요. 그렇게 말할 줄 몰랐거든요. 저는 주임님 칭찬만 엄청하고 다녔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은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흘러내린 눈물에 당황해 울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된다.

‘그때 내가 그렇게 말을 했었나?’

기억이 잘나진 않지만, 확실한 건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대화의 주제는 ‘말을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것으로 끝맺음이 났다. 나 역시도 어떤 사람한테 모든 사람의 의견인 마냥 들은 적이 있다. 그땐 그게 사실 같았고, 나만 혼자 다른 별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모든 사람이 무서웠다.

다들 그러는데 너만 왜 이러냐.

너 그러다가 어쩌려고 그러느냐. 네가 이상한 거다.

사회생활은 다 이런 거다.


회식 자리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그때 내가 말을 했었으면 그 뜻은 아니라 이런 의미였을 것이다.”라고는 말을 했지만, 그 뒤에는 직접 말하지 않고 이렇게 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때 그 사람은 내 말을 들을 상황이 아녔었다. 그 후라도 말을 했었어야 하나 싶었는데 그땐 이미 나도 잊어버린 후였었다. 그냥 난 그때 그 사람 말이 다 맞는 말이 아니라고만 했다. 나 역시도 그 사람 때문에 말이 와전되고 이상하게 전달되는 상황을 많이 겪어서 많이 울었다고.


오늘.

내가 왜 직접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지 생각한 것은, 요즘 내가 회사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의 인사발령 여부가 회사의 하나의 이슈이며,

과연 그 팀으로 언제, 어떻게 가느냐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 있다. 이 말들은 날개를 달아서 문서만 안 났을 뿐, 사람들의 마음속으로는 벌써 인사발령을 내고, 나에게 업무까지 주고선 잘하나 못하나를 구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행동이든 의미가 부여된다. 오늘의 갑작스러운 회식도 잘 가라는 마지막 회식인가 싶었다.


며칠 전 친구가 동영상을 보내줬었다. 거기에는 자신이 조언을 한 것에 기분이 나쁘지 않냐는 말에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지. 네가 이렇게 말하게 만든 상황이”라고 표현이 되어있었다.

뭔가 그 말이 참 좋았다.

보통은 왜 말을 그렇게 밖에 하지 못하냐고 화를 내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혹은 그 말에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오늘 같은 상황이 익숙하다.


이런 익숙한 상황들. 그리고 끊임없이 돌고 돌아 나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팀을 옮기는 것도 좋은 거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을 벗어나야겠다. 나는 회식 자리처럼 저렇게 뒷 날에 말하는 게 싫어졌다. 적어도 회사에서는 말이다.

“제가 인사발령이 나는 게 맞나요?” 팀장님을 찾아가 여쭤봤다. 팀장님은 아직 순환근무 연차가 아니라서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야기가 논의 중인 건 맞다고 하셨다. 이에 대해 내 이야기를 명확히 전달했다. 순환근무라서 인사발령 나는 건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팀장님은 아직 순환근무 연차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사람들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도 말은 계속 돌고 있다. 여전히^^


말은 힘이 있다.

연인이 없는 나에게 내 친구는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며

“다음에 애인이랑 갈 거야”라고 말을 하라고 했다.

그 말에 공감했다. 인터넷에서 본 영상에서도 뇌는 부정적인걸 인지하지 못해서, 생각하고 말을 하면 그걸 그대로 인지하니까 부정적인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말로 뇌를 인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뇌는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정말 놀랐다. 소문이 어떻게 퍼지고 와전되는지를 중심에 서서 겪고 보니 유명인들의 고충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심스레 말했던 말이 여과 없이 전달되기도 하고, 덧붙여 새로운 의미로 전달되는걸 눈으로 본 순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을 조심해야 하는다는 걸 새삼 정말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친구와 틀어졌던 일들도 다 말 때문이었다. 충분히 설명되었음에도 쉽게 퍼졌던 말,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말이 곧 행동이었던 그때 그 말. 참 무섭기만 하다.

그래서 옛말 틀린 게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그 말은 어제, 오늘, 내일의 말이 아닐 것이다.


어제의 그 말이 오늘을 살게 하고 미래를 만든다.

나의 어제, 오늘, 내일은 내가 하는 말과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을 것이다. 아예 안 듣고 말하고 살 수는 없으나 나의 행동도 달라져야 하는 건 분명하다. 타인을 바꿀 순 없으니 내가 덜 신경 쓰이는 방법으로 살아야 한다. 물론 나 역시도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질 때도 된 것 같다. 내가 다시 또 실수를 하기 전까지 타인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을 것과 말조심하는 것을 목표로 지켜보려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말한 그 말이 오늘 책을 보게 하고 미래엔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오늘의 나는 결심을 했으니 내 미래는 조금 더 평안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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