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는 전략일까, 착각일까
마이너스 10% : “조금 떨어졌네? 회복하겠지.” (아직은 무관심)
마이너스 20% : “괜찮아. 다시 오를 거야... 근데 손실 금액이 좀 크네. 바닥 다지면 물 타야겠다.” (탈출 전략 수립)
마이너스 40% : “뭐야, 왜 계속 떨어져? 완전 짜증 나네! 물타기 완료. 제발 상승 좀 해라~.” (추가 매수, 기도 전략)
마이너스 50% : “미쳤구나... 그냥 팔까? 원금 반밖에 못 건지는데?” (던지고 싶은 욕구 폭발)
마이너스 70% :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두자…" (포기 상태)
주식 투자에서 손실은 피할 수 없기에 투자의 대가들은 말한다.
'반드시 손절 기준을 정하고 진입하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장기 투자자이거나 손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그냥 버텨보자'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탄생한 단어가 있다.
* ‘존버’ : 비속어인 ‘존X + 버티다’의 합성어. 엄청 힘든 과정을 거치는 중이거나 참아내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 (네이버 오픈사전)
존버의 시간은 녹록지 않다.
주식 시장은 심리 싸움이라고 했던가. 투자 금액이 클수록 하락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훨씬 더 복잡하고 무겁다. 계좌에 점점 커져가는 마이너스 금액을 확인할 때, 피 같은 나의 돈이 공중분해되는 걸 보며, 지옥불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사지 말 걸.'
'그때 팔 걸.'
'손절할걸.'
수없이 ‘껄무새’가 되며 자책하게 된다. 투자란 결국 계란 노른자와 흰자처럼 후회라는 감정과 항상 붙어 다닌다.
내 계좌에는 늘 하나쯤 존버 중인 종목이 있다.
버텨서 수익을 본 종목들도 있었지만, 실패한 존버는 대부분 이런 케이스였다.
바닥인 줄 알았지만 지하실을 넘어 지구의 핵까지 파고 내려가는 적자 성장주
급등 테마주에 잘못 올라타 고점 매수한 종목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이차전지 종목이다.
미국 주식만 하던 나에게 회사 동료들은 '배터리 아저씨'를 운운하며 수익률을 자랑했다.
따뜻한 봄날의 점심시간, 주식 좀 한다는 팀장님이 말했다.
"이거 진짜 괜찮은 주식인 거 같다. 이차전지 종목인데 후성 알아? 한두 달 놔두면 수익이 꽤 날 거 같아. "
팀장님은 주식을 오래 했고, 주변에 팀장님 덕에 수익을 봤다는 직원도 꽤 있었다.
나는 당시 이차전지 광풍의 흐름 속에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조바심이 났던 시기라, 분석도 안 하고 밥을 먹으며 그냥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주식은 '남의 말 듣고 주식하면 망한다'는 투자 명언처럼, -70%의 존재감을 뽐내며 2년 넘게 계좌 속 반려 주식으로 살아있다.
나는 안다. 후성이 내 평단까지 오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걸.
하지만 -70%에서 매도하자니, 이미 사라진 그 돈이 너무 아깝고 허무하다.
처음부터 확신 없는 믿음으로 시작된 매수였고, 확신이 없으니 스스로 끝낼 용기도 없는 투자였다.
'설마 더 떨어지겠어…' 하는 포기 상태의 마음과 반성 복기로 멈춰있다.
존버는 선택이 아니라, 투자의 과정이다.
누군가는 버티고 수익을 얻지만, 누군가는 끝내 손실만 안고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존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버틸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하고, 버티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끝낼 줄 아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