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 후에 오는 달콤함
'불치병을 정복할 유전자 가위'
처음 그 주식을 샀을 때,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세상을 바꿀 혁신 기업의 주식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니, 거의 행운이라 생각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가는 충분히 하락했고, ‘저평가’라는 단어가 유난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나의 낙관을 비웃기라도 하듯, 냉혹했다.
종목의 전체 투자 금액 중 절반은 이미 매수한 상태였다. -10%, -20%, -30%…
하락할 때마다 계획대로 분할 매수했지만, 결국 자금을 모두 투입하고 나니 기다림만 남았다. 기업의 혁신성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손실이 커질수록 마음속엔 태풍이 몰아쳤다. 투자 금액이 컸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본전까지만 오르게 해 주세요."
선택한 주식에 대한 애착은 깊어졌고, 손실을 인정하기는 너무 괴로웠다. 실제로 수익을 얻을 때보다 잃을 때의 감정이 훨씬 날카롭고 깊게 다가왔다.
* 손실혐오 :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인지적 편향.
시간이 흐르며 시장은 방향을 바꿨고, 가격과 시간의 조정을 거친 뒤 주가는 서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이너스였던 주식이 본전까지 회복됐을 때, 강한 유혹이 밀려왔다.
‘이쯤에서 정리하자.’
그동안 속을 썩인 골칫덩어리를 본전에서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큰 손실을 견뎌낸 만큼, 회복된 금액에 대한 보상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멈췄다.
처음 이 기업에 투자했던 이유, 현재 기업의 가치 분석, 기술적 흐름까지 다시 점검했다.
그리고 매도 계획을 새로 세웠다. 얼마 후, 주식은 본전을 넘어서 폭등했고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었다.
수많은 매수와 매도 속에서, 투자자는 늘 감정과 이성 사이를 오간다. 가격은 이성을 흔들고, 시간은 감정을 녹여낸다. 그 흐름 속에서 본능을 이겨내는 힘은 ‘기준’에서 나온다.
명확한 매수 기준
믿을 수 있는 기업 또는 지수
이 단 두 가지 기준이 확실하다면, 매도 시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성보다 감성이 지배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라지만, 감성에 지배당하는 투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를 벌었느냐보다 중요한 건, 왜 매수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지독한 시간을 넘기면, 시원하고 달콤한 한 잔이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