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ep6
“철컥, 철컥”
“어떠세요? 잘 보이세요?”
퇴근 후 안경점에 들렀다.
두 달 전에 맞춘 안경이, 특히 가까운 게 너무 안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나보고 노안이 온 거라고 했다.
토요일에 동네 안과를 갔는데 거기서도 ‘초기 노안’이라 어쩔 수 없다고 너무 성의 없이 그냥 지금 안경 두 개 중 아무거나 쓰라고 하셨다. 난 속으로 노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요새는 2-30대에 오는 젊은 노안도 있다지만. 생명 같은 나의 눈은, 특히 나는 눈에 질환이 있었어서 유독 예민하다.)
I. 두 달 전
봄이 왔다며 안경을 맞추면서 도수를 올렸다.
올리면 당연히 다 잘 보일 줄 알았다.
(특히 가까운 거)
근데 내 희망 사항과 다르게 “먼 곳의 초점을 더 질 보이게 했다” 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난 원시성 난시에 난시가 약간 심하게 있는 편)
나는 먼 곳은 안경도 안 쓰고 잘 보는 편이다.
오히려 가까운 걸 잘 보는 게 좋다.
안경도 쓰면 눈에 가까이 쓰는 편이다.
교정시력은 1.0이 나온다.
(항상 안경 없이 1.5~ 나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아니 상상이 안 간다. 얼마나 밝고 가깝고 뚜렷하게 보일까?? 시력교정으로 1.5를 해 달라고 하면 느껴볼 수 있을까?)
주말 내내 테스팅을 한 결과, (책을 앞뒤로 왔다 갔다. 안경을 바꿔가며..) 일 년 반 전에 맞춘, 그러니까 두 달 전까지 쓰던 안경이 제일 잘 보였고 편안했다. (이런...)
II. 오늘
피곤하고, 비도 오지만, 너무 답답해서
퇴근 후 1년 반 전에 맞춘 안경점에 들렀다.
이리저리 조언을 구하고, 다시 검사도 해보고
(두 단계 높인 신세계적 또렷한 도수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여기서도 현재 수정체에 힘을 덜 주고도 시력교정이 1.0이 나오기 때문에 도수 변경을 권하지 않으셨다. 더 나빠지면 꼭 이 걸로 해야지!!)
그래도 잠시나마 신세계적으로 가깝게 잘 보이는 도수를 찾아서 너무 기뻤다. 후련했다.
하지만 바꾸기에는 솔깃하지만 너무 어지러울 것 같고, 한 단계만 올릴까 하다가, 금세 눈 피로도로 적응 실패하고 요번 같이 될까 봐 기존과 동일하게 가기로 했다.
하필 재난지원금도 다 쓰고,
교체했던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내 카드로 긁고 있다.
안경테도 새로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사치일 뿐.
그렇게 나는
노안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