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지금 내가 깨어있는 이유

40대 후반 여자직장인으로 살아남기

by 이름없는선인장

답답한 마음을 안고 퇴근.

그래도 잠이 와서 스르륵 잠들었다.

오래 잔 듯하여 깨어보니 새벽 두시 반.

아마도 그 전 날, 회사에서의 안 좋은 일들의

연속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뒤척거리다 아예 일어나버렸다.


스위치 오프. (switch off)

나도 스위치처럼 퇴근 시간 이후에는 on/off로 머리를 비우고 싶다. 나도 간절하다.




끝내지 못한 일 들, 밀려있는 일들.

금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 일을 걱정한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지만

정신 없이 밀리고 그 날 닥친 일들을 하다 보면

나에게 ‘기획’이나 무엇을 검토하고 구상할 시간이 없다.


파트장.

책임을 지는 것만 같은 “파트장”자리는

팀장님이 업무를 떠넘기는 용도로의 타이틀이라는 느낌이 자주 든다.

파트장을 맡고 파트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2-3개월 동안 제대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어 심사숙고하여 주변 지인 추천을 하여 드디어 12월부터 일을 같이 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부담감과 잘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은 계속 교차한다. 일을 잘 하는 것과 이 조직에서의 적응은 또 다른 일이니까 말이다.


파트원 한 명은 이제 막 입사 한 달.

충분히 잘해주고 있으나 그 한 달 동안

갑자기 불성실 이행조건으로 급 대행사 계약 파기,

임시 대행사 선정, 거기다 내년도 계약사 선정

등으로 골머리를 않고 있다. 난 그녀의 파트장이지만 여러 실무 백업과 파트 내 의사결정을 제때 해주지 못하고 있어 미안할 따름.

그래도 6-7년 경력으로 야무지게 알아서 일처리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고마울 따름.


팀장일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각종 회의.

팀장님과 실무자 선임으로 끌려다니는 회의.

거기다 오롯이 팀장님의 니즈에 의하여 호출되는 긴급 파트장 회의.

파트장 회의는 팀장이 가지고 온 급 지시 사항과

보고서 준비가 주 이며, 고로 업무를 하다 말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맞는건가?


동시에 나는 내 파트 세팅, 안정화. 신입 케어.

실무 컨트롤, 내가 맡은 실무 진행, 유관부서 미팅

등을 하며 다시 나 홀로 야근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을 뽑아도 나의 힘듬과 업무량은 개선되지 않는 느낌이다. 팀원 11명, 파트장이4명인데, 두 파트는 상대적으로 한가하고,두 명은 항상 바쁘다.

이런 쏠림현상과 일 과부하에도 팀장은 그 다른 두 파트와 팀원들과의 업무 조정, 효율적 자리 배치 등을 건의하면 (각 유관 업무, 각 파트 팀원들과의

자리 배치가 떨어져 있는 파트도 있는 상황) 달라지는 게 없다. 일이 많은 파트는 전략적 제품파트라 불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팀장님은 자신의 팀이 너무 왼벽하고 팀원들도 해피하다고 하신다.


자리 배치도 일을 많이 하는 파트는 일직선이 일하기 편하다. 모니터를 보거나 대화를 모여서 하려면 반대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보다는 일직선이 좋은데 굳이 마주 보는 자리 배치가 좋다며 고집하신다.

두 개의 파트가 긴밀히 일함에도 그 두 개의 파트는 오히려 떨어트려 놓으시고 앞으로 다른 한가한 파트와 옆에 앉아 그 옆 파트를 도와주고 같이 대화도 많이 하라신다. 지금 일도 포화상태인데… 왜 그 쪽 파트를 두둔하실꺄….실무를 모르시니 그 쪽 파트 말에 휘둘리시는 듯 하다.




오늘도 다른 팀 팀장님과 회의 요청에 참석해보니 대화는 “협조 요청”이라는 명분 아래

상위부서도 아닌 다른 팀 팀장님에게 “지시 전달”과 우리 팀장님을 대놓고 “돌려 까기”의 연속이었고,

그쪽 팀원들마저 예산은 우리가 가지고 있고

실행도 우리가 하지만, 우리 팀에서 뭘 하고 있고,

뭘 할 건지를 다 자기네와 사전 공유하라고 하고,

자료 달라고 재촉을 한다. 왜 우리 부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공유해야 하지? 위에 먼저 보고하기 위해?


그 쪽 팀원들도 팀장들이 나가자 당장 12월도 대행사가 변경되는 와중에 세부 내용, 내년 1-2월 계획, 키워드는 이 건 왜 안 하냐, 부족하니 이걸 했으면 좋겠다느니 훈계를 한다. 아니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말들을 내가 이상하게 받아들였을까? 같이 일을 한다는 게 이런건가? 공유와 지시? 참견?


그 팀은 보고만을 위해, 어느 팀에서 대표님에게 보고할건지, 그러나 유리하고 좋고, 있어보이는 것만 먼저 보고하고, 분리하고 난처하고, 책임져야 하는 건 다 우리 팀장에게 미루면서 업무 지연 탓을 한다.싫은 건 안하는. 불리하면 그건 일을 같이 진행 중임에도 자기네 팀일이 아니고 자기네팀이 보고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 그걸 가만히 또는 별 반박없이 듣고 서로 탓하는 팀장님들의 핑퐁게임. 너무 기분이 나빠 회의 끝나고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자리에 왔는데 올해 집행했던 예산 파악을 하는 과정에 팀 예산담당자와 마찰이 있었다. 솔직히 내부에서 그녀의 역할과 그녀의 롤이 직급인 차장에 비해 현저히 적고 너무 우리 팀과 어울리지

않는 직무를 가지고 있어도 이 조직에서 오래되고 나이가 많아 온갖 텃새에 스쳐간 팀장들도 컨트롤이 안 되는 그녀의 이상한 논리와 언변에도 꿈적을 못했다.


자꾸 그녀는 타 부서에서 진행한 일들을 나에게 모르고 있으면 안 된다며(그때 내가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가르치려 들었고, 그리고 알아볼 만큼 알아보다 안된다고 하면 본인 담당이면 그 후처리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도 하지 않았다. 팀장 앞에서도 너무나 당당하게 자기 일 아니라며 나한테 내가 잘못한 것처럼 이런저런 훈계를 하고 퇴근했다. 팀장님도 중재는 못 하시고 나중에서야 본인이 해당 팀장에게 이야기하겠다며 말하시고 홀연히 퇴근하셨다. 이 예산 때문에 이틀을 허비하고 그 마찰 등으로 열이 받은 팀원을 버리고 홀연히 가버리시는 팀장. 화가 나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다.


돌아보니 이 팀에서 나보다 오래 이 팀에 있던 사람은 이제 달랑 3명,씁쓸하다. 둘러보니 다 우리 팀에 온 지 얼마 안 되고, 업무도 익숙지 않아 힘들어한다. 1년 반전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난 최대한 그들을 도와주려 한다.


바쁜 와중에도 다른 파트원들은 나에게 논의드릴 게 있다며 내 자리로 찾아온다. 특히 지금은 개인 KPI세팅 중인데 팀 KPI담당(+팀 예산담당) 인 그 분과는 대화가 안되니 다들 논의하지 못해 나에게 들고 온다.


난 오지랍일 수 있으나 내 파트원과의 알앤알(R&R) 정리 회의도 하지 못했는데도 나머지 팀원들을 돕는 이유는 그들이 팀에 잘 적응하고 함께 남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내가 팀장이었을 때 면담하던 마인드가 남아있어서일까? 같이 고민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뿌듯해 하는 날 보니 너무 짠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노력을. 그래도 그럼에도 그들에겐 좋은 선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오늘 점심에도 부탁을 받아 내 전 부서 옆 팀원들과 점심을 했다. 그들은 이제 내가 전 부서 팀장이었을 때 우리 팀에서 진행하던 업무를 맡아 생소한 업무라 조언을 구하는 중이었다. 업무적 도움의 의도인지 알지만 내 성향 상 후배들이 날 찾아오면 난 그게

싫진 않다. 비록 법카(법인카드)로 대접해 주는 것이의미하는 바도 알기에 그리고 빗말이라도 “왜 가셨나”며 “다시 오시라”는 말에 기분이 묘하게 좋다가도 씁쓸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난 대리만족(?)을 했던 것일 수 있다.

팀장일 때처럼 회의의 연속의 자리비움

팀 내 여러 파트 팀원들과의 업무 조언 및 협조 회의

그러나 난 실무를 해야 하는 팀원이기도 하다.

아는 지인과 함께 잘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온갖 텃새와 타 부서와의 싸움에서.. 그러면서 온갖 서류 일과 보고서에 치일 수도 있는데? 내가 잘못 추천한 걸까 조심스럽고 혼란한 마음. 그러나 이것도 나의 기우일 수도.


정말 나 자신, 내 걱정이나 하자 싶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잠을 청하고 싶다.

(난 미라클 모닝과 새벽형 인간이 아니므로)


다음 주에 다시 괜찮다는 마음과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출근하길. 부정적인 단어나 한숨은 쉬지 않길. 말은 줄이고 잘 듣기만 하길. 내가 미뤄놓은 일들을 그때부터 생각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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