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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선인장 Jul 01. 2023

40대 후반, 아무 생각 없는 퇴사

40대 후반 여자 팀장으로 살아남기

퇴사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공식적인 퇴사 예정자이지만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나 불편함은 줄지 않는다.

후회도 아니고, 아직 벗어나지 못해

해방감, 후련함도 아닌

결정 후 나가기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많아졌다.


퇴사 결정 후 고민 1 - 쉼의 의미, 휴직 vs 퇴직


첫 고민은 왜 퇴사인가?

쉼이 필요하면 휴직으로 경로를 바꿔보라는 주변 권유.

그러나 실장님과 면담을 하고 난 후인지라

다시 이야기했을 때는 팀장의 장기 휴직은

수용되지 못했다.

탈출이 목적지라 애초에 휴직은 무급이라

선택지가 아니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퇴사 결정 후 고민 2. - 연차 소진 vs 연차 소급, 그리고 퇴직금


나의 남은 연차는 10.5일. 2주이다.

퇴사 시, 연차를 소급해서 정산받을지 연차를 소진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 기준이 7월 21일

퇴사였다.

하지만 만근이 아닐 시에는, 직책 수당이 없으며

연차 수당계산, 일할 계산 방식 등 따져봐야 하는데,

뭐가 이리 어렵고, 최종 금액이 먖는지도 모르겠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으면, 아무 날이나 잡고 나가겠는데 막상 생각해 보니 이번 달에는 상여금도 받을 예정이라서 만근을 하면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새로운 후임 팀장이 와서 혹시라도 중간에 팀원 강등으로 퇴사한다고 해도, 직책 수당만 못 받는 거니 크게 나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마음의 상처로

돈이 문제가 아니다로 시작했던 이번 결정에

제일 마지막에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엑셀에 돌리고 있는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퇴직금 금액이라니. 또 시나리오 a, b, c로 계산하며 결정도

못하고  계속 엘셀만 돌리니 머리만 아프다.

인터넷에서 시뮬레이션해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이 추가 일주일이 나오기 싫어서이지만.


퇴사 결정 후 고민 3. - 최종경력증명서의 직책


이 나이에 퇴사를 하면, 내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결심에 따라 사업이나  다른 진로를 가질 수도 있다. 경력기술서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경력증명서는 나의 마지막 결과 같은 상징성도 있다 보니 살짝 고민이 되었다.

팀장이기 때문에 내가 연차소진 중에 후임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팀장 발령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자의에 의한 퇴사이지만, 타의에 의하여 내가 팀원으로 강등되기도 할 확률이 생긴다.

(그런 변수가 있을 수도 있는데 괜찮냐는 실장님의 질문은 질문인지 그냥 통보인지 알 수가 없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는데, 경력증명서에 직책이 표기된다고 하니 지금은 후임 팀장이 누구인지, 언제 오는지 아무것도 확정이 되지 않는 상태인데도, 언제일지 모를 그날이 한 달안에 있을까 봐 불안해하며 그냥 더 빨리 퇴사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니 … 이것도 내 욕심일까?


이건 첫 직장에서도 미리 퇴사를 말하여 과장 진급

하루 전에 퇴사를 하라고 해서 경력증명서에 최종 직급이 대리였던 게 늘 맘이 걸렸더랬다.

(아직도 직급에 신경 쓰는 아, 나는 옛날 사람 ㅡㅡ)

그래사 지금은 팀장으로 고생한 만큼 경력증명서에

팀장으로 남길 바리는 이 마지막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퇴사 결정 후 고민 4 - 퇴사일 최종 확정하기


처음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내가 회사를 나오고 싶은 기간은 딱 2주였다.

2주 이상은 나오고 싶지 않았다.

일도 더 이상 집중을 할 수 없었으니까.

처음엔 7월 7일까지 근무, 연차 소진 후 21일까지로

생각하고 면담을 마쳤다.

자리가 팀장인지라

7/1일에 조직 개편도 있고 하여

나의 7월 초중순 퇴사는 일주일 사이에

대표님에게 이미 전달된 상태이다.


일주일 추가 근무면 만근이다.

근데 그 일주일 사이 딱 일주일만 더 나오면

만근처리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실장님이 팀원들에게 내 퇴사를 공표했을 때도

정확한 날짜는 협의 중이라고 하면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내가 연차 소진과 관련하여 금액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최종 근무 날짜는

조금 알아보고 알려드리겠다고 해서도 있겠지만

아직 나는 사직원을 올리진 않았으니까 재협의의 가능성은 있겠지?

더 빨리 정리한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 내가 지금 고민처럼, 한 주 더 근무를 고민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팀장으로서의 마지막 최대 2주간의 변화 또는 숙제 - 팀원들

일주일을 더 나오면 처리할 일들이 더 많기도 하고

그 일들이 너무 답이 없는 일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추가적으로 보고를 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조직 개편을 하면서 내가 믿고 의지했던 팀원, 나를 유일하게 항상 걱정하고 응원했던 팀원이 다음 주부터 다른 부서로 전임을 하게 되었다. (갑작스럽네) 슬프다


나머지 1주 또는 2주 동안 우리 팀과 팀원들은 두 번이나 송별회를 해야 한다. 팀장까지 떠나게 되는 마당에 팀이 참 뒤숭숭할 거라 생각한다. 떠나는 마당에 내가 팀장으로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거기다 다른 팀원과의 마찰로 세상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팀원이 내 퇴사 소식을 먼저 알고 대화하자고 불렀는데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 커피잔을 붙들고 있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 이 팀원 앞에 있는 게 두렵다는 걸, 불편하다는 걸, 어찌 보면 이제 실장님이 아닌 그 팀원의 원인이 더 크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 팀원과 비간접적으로 일을 하고, 소통을 하며 지내다 가야 하는 게. 아직도 고통스럽다.


내가 아직, 아니 이제 벗어나 맘의 치유를 시작도 안 했고, 이제 헤야 하는 것을. 내가 간과한 건 아닌지..

내 퇴사 결정의 50%였던 사람이기에. 앞으로 2주간 굉장히 쓸쓸하고 불편한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이 고민들이 실장님에게 다시 면담을 해야 한다는 것.

내가 뱉은 말을 다시 뒤집는다고 보이는 것도 신경 쓰이고,  불편한 팀원과 업무 등을 일주일 더 한다는 것이 퇴사 결정 후, 한 번에 이 회사, 업무, 사람을 벋어나고 싶었는데, 그 추가 일주일 연장 근무에 대한 결정이나 재협의에 대해 한 없이 고민하고 있는 나.


퇴사 후 누가 돈을 더 줄 것도 아니니, 눈 딱 감으면 되긴 하지만,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마음의 상처, 굴레.

이제는 마음이 편해지는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퇴사를 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퇴사 일정이 잡히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나에겐 뭐가 이렇게 이리 다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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