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여자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쉼과 재취업의 타이밍
아직 서류상 월 말까지는 적을 두고 있지만
연차 소진을 하고 있는 이 시간 중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지는 않다.
지금 나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 반,
재취업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나이에) 너무 섣부름 판단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 반.
건강은 결과가 잘 안 나오면 치료를 하면 되고
잘 나와도 꾸준히 기초체력을 올려야 하고,
나이가 들어 여태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거나 스트레스 관리 이슈는 큰 숙제는 맞으니까.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았던 지난날들이
연차 소진 첫 주에 시원섭섭함과 함께 다 날아가지는 않았다. 회사 사람들과 지속 연락하며 실감이 나지 않기도 하다. 미련은 아니지만 지난 5년 넘게 익숙했던 출퇴근과 일을 하며 동고동락했던 동료들. 떠나는 나는 만감이 교차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또 나의 회사 이름과 팀장이리는 것이 사라지면 괴연 몇 명이 진실되게 나와 연락을 할지도 궁금하긴 했다. 그게 현실이니까.
정말 아무런 준비와 생각 없이 퇴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면접을 딱 한 군데
아무런 준비 없이 본 곳에서 최종 합격 연락이 왔다.
연봉을 15프로 올려주는 조건이지만
팀 세팅이 전혀 되어 있지 않고
연간 운영 예산도 너무 작았다. (지금 운영에 8프로 수준) 꼭 예산이 많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팀 세팅이
안 된 상태에서 몇 달이나 혼자 버티라니 임원이라도 실무 하는 임원이 임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곳도 가족경영기업이다.
모두가 가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나도 나를 포함하여야 일했던 3곳이 가족기업이었다.
전문성과 상관없이 특혜를 받는 2세들.
그들은 직원들과 동급이 되어 이해하기는 힘들다.
겪어본 나로서는 로열과 잘 지내면 편하고, 못 지내면 그들 가족에게 충성하는 느낌) 쉽지 만은 아닌 길이다. 그렇다고 신업이 성장성이 있는 사업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인력과 팀원을 내 마음대로 데려갈 수 있으면 좋으나, 원하는 처우를 맞출 수 있을지, 커리어 상 원할만한 곳인지도 모르겠어서 추천도 어렵고, 동시에
입사하면 모를까 난항이 예상되어 이번 오퍼는 고사하였다. (나는 지금 8월에 수술도 예정되어 있어 몸과 마음이 다소 편치는 않다)
이 나이에 이직이
나의 무거운 경력과 연차로
이 자리도 나중에는 그리울 수 있겠지만
지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이 중요하니
좀 더 신중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 오퍼는 시기도 시기고
연봉 외에 리스크가 커서 아쉽지만 거절을 했다.
그럼에도 좋은 기회의 싸인도 계속 생긴다.
지인들이 주변에 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기도 하고 아는 헤드헌터를 더 연결해 주기도 한다.
정말 이곳이 다가 아니고
아직 나에게는 갈 곳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8월 초에는 내 후임 팀장이 온다고 한다.
나보다 10살 어린 그리고 아마도 우리 실에서는 최연소팀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장님이 원하시는 남자다.
마음이 씁쓸하다. 난 자리는 티가 난다는데 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음을 더 잘하는 사람이 오는 게 맞는 것이고 그게 현실일 수 있다.
그래도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한 나를 위한 선택이고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오늘 나의 사직원이 최종 처리되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일주일 지나면 진짜 안녕이구나.
이제 곧 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