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전 팀장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지방에 계셔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었고
내가 팀장을 달았을 때
“오래 다니라”는 메시지를 담아
승진 축하 난도 보내주셨다.
그때는 내가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믿음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긴 하지만.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내가 왜 갑작스럽게 관두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셨다.
위, 아래로 힘들었던 지난날들과
우리 팀과 다른 마케팅팀의 애매한 업무 영역, 시선
그리고 그 기대치, 성과로 이어질 수 없었던 지난 1년.
그 중간에 홀로 끼어 고군분투하던 나의 자리, 팀장.
팀원들이 100% 주니어급의 외부 경력자로 채워져 있었고
실장님의 마이크로 매니징과 업무 영역 외에까지의
관여까지, 그 어느 누가 와도 힘든 자리를 1년이나
버티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그리고 7월의 조직 개편을
기다리라며 모두 존버를 외쳤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달라진 것 없이, 그리고 이 팀에서의 내 자리 나
성과를 낼 수 없는 환경이 된 지금, 더 이상의
버팀이 내 건강을 갉아먹고 있었음에 쉬어야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시 다짐을 하듯, 수화기 너머의 팀장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분도 날 이해하셨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버텼어야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중간에는
"그 정도로 힘들면 팀장을 내려놓는다고 하지"
"왜 그런 말도 못 하고 관뒀냐"라고 하시는데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통화 끝에는 그래도
“하루라도 허투루 쓰지 마라”라고 하시며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다 “며 격려해 주셨다.
언제 다시 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이 본사에서의 힘든 시절도 보고,
업무로서 나도 새로운 업무를 하며 힘들지만 많이 배웠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지난 3개월 지옥처럼 힘든 시간들이
나를 무너트렸다.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입을 닫고
말을 하기 싫어진다.
이 트라우마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표현을 잘 안 한다고 한다.
MBTI에서 T성향이 나오긴 하는데,
내가 무너지고 잘 울고 하던 때를 보면
사람들이 지극히 F라고 하던데,
솔직히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게 내가 아닌 것도 아니고,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시기라
인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말이다.
위, 아래로 다 내 탓이라고 가스라이팅을 하고
팀원들의 협조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내가 그들에게 인정받고, 성과를 이루어낼 수
없는 그런 시간들과 환경에서
내가 다른 팀에 팀원으로 가서
전 팀원들과 부딪히며 살 수는 없었다.
아니, 그냥 그런 조건도 실장님에게 말하기 싫었다.
그렇게 이 조직에 남고 싶지 않았다.
나를 벼랑 끝에서 살리기 위해
뛰쳐나오긴 했지만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나온 나는
누구도 내 갈 길을 정해주지 않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의 내 선택이 후회가 아님을.
내가 눈물 흘리고 고생한 만큼
새로운 곳에서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의 합을 맞추며 즐겁게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여 본다. 다짐한다. 그려본다...
아니 믿는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쓰지 마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조금은 bittersweet 한 위로는
그래도 퇴사를 하는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
당당하게, 그리고 좀 더 행복하기 위해
명백히 해야 함에 그 말은 되새겨 본다.
오늘 하루,
내 하루는 몇 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