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름없는선인장 Jul 29. 2023

퇴직 인사 이메일을 보낸다

40대 후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이젠, 진짜 안녕


퇴사일 일주일 전에

퇴사 인사 메일을 작성하고 예약발송을 걸어놓았다.

그 메일이 발송되었다.


작성할 땨 고민은 했다.

쓰고 나갈 것인가

뒤도 안 돌아보고 조용히 사라질 것인가.


그래도,


얼굴 보고 인사한 분들도 있지만

못 본 분들도 있고

꽤 친하지는 않아도

업무상 도움을 받거나 같이 일한 좋은 기억에

자연스럽게 이메일을 쓰게 되었다.

매번 이 메일을 받기만 하다가

연차 소진 중 혼자 작성하고 있자니

퇴사실감이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왔다.


지금이 4번째 직장.

퇴사 인사 메일은 이번이 두 번째.

첫 직장에서는 감성에 젖어

ID카드 사진을 흑백처리하고

열차 여행의 종착점을 같이 갈 수 없어

아쉽다는 멘트를 썼던 기억이 난다.

중간에 두 직장에서는

모두가 정리되는 사업 정리,

그다음은 오전에 시표 쓰고 오후에 집에 간

번개 같은 순간에 퇴사 메일이나 인사는 사치였다.


이번에는 팀장으로서 한 팀을

책임지는 자리를 떠나는 것이니

유관부서에도 알려야 하고

임원분들을 포함하여 인사말을 남겼다.

 (대표님은 넣지 않았다.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신중하고 싶기도 하고 대면 인사를 하기도 해서)




메일이 발송되고

생각했던, 예상했던 사람이 연락 오지 않기도 했다.

연락이 아예 없거나 교류가 많이 없던 분들도

응원한다며, 아쉽다며, 고생했다며 답변을 주셨다.

만감이 교차한다.

고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직장 동료들이 회사를 벗어나면

관계가 사라지는 신기루.

그래도 그 와중에

짧지만은 않았던 5년 넘는 지난 시간 속에

그들과 함께 일하며 보인 내 모습이

아주 나쁘진 않았구나 싶은 마음도 들어

위안이 되었대.


회신은 메일에 답변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따로 톡이 오는 분들도 있다.

그중엔 물론 과연 그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연락도 있었다.

“어디 가세요?‘

‘이직하세요?’

‘왜 관두시는 거예요?’라는 단골질문들.


막상 쉰다고 하면

그 답변과 관심 질문은 축소된다.

그들은 회사 밖의 또 다른 정글에

제 발로 나가는 나를

호기심 반, 잘 될까 반 뭐 그런 마음으로 바라본다.

나 또한 저 문 앞을 나서는 것이

두려웠고 그렇기에 안전한 이곳에

나 자신을 갇혀놓았던 지난 시간들.


멘 땅에 헤딩

내가 이제 맞서야 하는 삶.

새로운 기회는

좀 더 나은 하루하루와 미래를

내가 이제 정말 만들어가야 한다.

부정적인 뉴스로 가득한 인터넷과 tv는

이제 꺼야 할지도 모른다.


‘나온 걸 후회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30프로는 다른 부서나 팀장을 내려놓거나 이지만

그 두 사람을 벗어날 방법은 이 길 뿐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요라고 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퇴사 선택이 후회되지 않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