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어찌 보면 평범하고 보편적인,
그러면서도 나를 위한 선택,
건강이상이 생겨서였다.
또 다른 의미에선 ‘스트레스‘.
나이도 나이지만,
멘털이 무너지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하루하루가 너무 무서웠다.
지금도 사람이 무서워지고
공황장애가 이렇게 오나 싶을 정도로
사람의 맘이 다치는 게
제일 위험할 수 있겠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도 하겠지만.
당연히 극도의 스트레스사 주는 환경에
살도 빠지고, 불면증이 오고, 두통과 어지러움에
몸도 여기저기 안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퇴사를 할 정도로
정확한 "병명"이 나오진 않았다.
아프면 휴직을 하거나
회사의 의료비 혜택도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정말 좀 더 버티다가는
몸이 폐차상태가 될 거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난 체력이 경쟁력임을 알고 있다.
살기 위해 운동해야 하는 나이.
뭐 그런 저런 이유로도 미뤄둔 게으른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퇴사보다는, 휴직을 하고 싶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팀장으로서 3개월을 휴직을 할 수는 없었다.
뚜렷한 이유가 없으니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건
실장님에게는 '팀장으로서 무책임하다"라는
소리를 들었고 ,
그렇다고 1개월 휴직은 출퇴근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결재도 해야 하고
의사 결정도 해야 하는 일들이 매일 너무 많았으니까.
회사라는 곳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내가 온전히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전 6월에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두 장이 넘어가는 설명서에서
2차 진료기 필요한 부분은
상급병원에서 추적관찰을 하고 싶었다.
동네 병원과 새침검사를 진행했고,
2차로 조직검사를 또 해야 한다고 해서
2차 병원도 갔고 동일 의견을 받아서
상급병원에 최종 예약을 알아봤지만
제일 빠른 게 8월 중순이었다.
메이자급은 암이 아니면 예약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다 내년도 초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병원을 알아보고
시간을 빼기 어려워 보였다.
우선은 건강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퇴사 후 두 달째, 이제야 차주에 조직검사를 진행한다.
조직검사 수술도 그렇지만, 결과를 받는 데까지
보통 1주일. 이런 피말림의 연속이 싫지만,
빨리 끝내고 싶긴 하다.
그것과 별개로 2월부터 예약한 눈물길 폐쇄로
인한 수술을 8월 말에 진행했다.
6개월 동안의 긴 기다림 끝에,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이 수술을 괜히 했나 싶어질 정도로 회복할 때
일주일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후회했다.
(이제는 살만하고 괜찮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수술을 하면서 조직검사를 했고,
나는 거기서 악성 의심 소견을 받았다.
나의 플랜은 이게 아니었는데…
뒤죽박죽이다.
9월 예정된 조직검사만 하면 끝일 줄 알았다.
추석 후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재취업 준비를 하고 당당히(?)
11월-늦어도 12월에는 취직을 하려고 했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바로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명확하게 알려면 (또는 무엇이든 결정이 되는 건)
나의 10월은 온통 추가 검사/결과의
무한 루트로 돌입할 것 같다.
요새 이것 때문에 잠이 안 온다.
백수의 꿀잠 기간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
자발적 취침시간이 새벽으로 미뤄지기 일쑤다.
그 기간 동안도 주어진 나의 소중한 쉼의 시간인데
그 사이에 나 자신을 바쁘게 하고
몰입하고 더 몸을 챙기면서 해야 할 텐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퇴사한 나.
하지만 정작 건강을 위해
하고 있는 게 딱히 없다.
아프게 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겠다.
정말로 퇴사 전에 입에 달고 살았다
‘이렇게 태어나서 너무 힘든데
몸이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이 정도의 스트레스면 몸에서
이상 신호가 와야 하는데
나 생각보다 멀쩡했나 보다 ‘며 웃어넘겼는데…
(그때는 병가를 내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으니까)
아이러니하다.
타이밍이란.
대나무숲에서 외쳐본다.
나의 불인감을.
나의 초조함을.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지금을, 오늘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