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 ep 20
야속하다.
휴직한 팀원과 업무 인수인계가 끝나고 이제 한 달 반, 팀은 안정화에 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회사는 무심하게도, 조직 개편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것도 IT회사에서나 하는 애자일 조직을...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업무적으로도 해외사업을 서포트하는 스텝 부서인데 무슨 프로젝트만 만들어서 3개월 단위로 굴려야 한단다.
스텝부서는 태생이 백본(backbone) 조직인데 어디에서 애자일이 필요한 건가? 실무를 모르는 임원들은 이런 고충이나 차이를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지 않는 듯하다. NO라고 안 하니 당연히 진행하라고 하지..... 밑에 실무진들만 잦은 업무 조정에 일 년 내내 업무 인수인계만 하다 끝날 판이라고 우려한다.
이젠 억지로 팀장들이 중간에서 퍼즐 끼워 맞춘 듯
억지로 그림판을 짜고 있다. 즉, 비전 달성에 필요한 목표가 정해주면 연결하여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냥 팀에서 하는 업무에서 목표를 만들어 내고 위로 다시 연결하는 억지스러운 작업을 하고 있다.
난 안 그래도 적은 인원으로 팀워크를 맞추고, 팀원들도 업무를 배우며 적응하려는 찰나에 누구든 한
명을 각 팀에서 풀타임으로 넣어 TF 조직을 만들어야 된다고 한다. 아주 고구마다. 가뜩이나 충원도 안 되는데 계속 업무를 조정하란다.
팀장이지만, 아무런 중재도 해결도 하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다. 다른 팀장들도 불만이지만 우리 팀보다는 사람도 많고, 상대적으로 내가 제일 힘들겠다고 하지만 누구 하나 실장님과 본부장님에게 반기를 들지 못한다. 해야 하는 게 확정이고 TF수도 하나면 너무 적다는 말 한 마디에 아랫사람들은 속이 터진다. 없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나?
그런 와중에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는 건가.
하던 업무를 도대체 누가 다 나눠서 해야 된다는 걸까. 어떻게 나누라는 건가. 이제 갓 한 달 반 우리 팀에 온 팀원에게 미안할 뿐이고 이렇게 되니, 휴직한 팀원도 머릿 수로는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내 조직문화 개선 설문을 한다.
아이러니하고 아쉽게도 팀장을 임원과 같은 군으로 묶어서 직급 계층 설문/통계를 낸다.
팀장도 임원들 회의체 때문에 끌려다니고 힘든 데, 그리고 팀원이나 실무 내용을 제일 안다는 팀장들인데, 임원과 대우도 다른데, 같이 묶는다.
3,40대 팀장과 50대 팀장/임원은 다른데. 팀장/임원 만족도가 높게 나왔단다. 본부장은 팀장과 임원들은 보고만 받아서 그렇다고 표현하시는데, 너무하다 싶다. 임원 연봉에 임원이면 그만큼 혜택과 위임전결이 있으니 나은 거지... 팀장은 정말 권한도 몇 개 없고, 그냥 동네북이다. 어디가 편하다고 생각하는지. 팀장의 불만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저 너네가 꼰대니 그런 거다. 아랫사람 불만은 다 너네 탓이고 현재 조직 문화 개선 만족도 다 팀장 하기 나름이란다.
젊은 조직이 되고 싶은 건 알겠다. 하지만 팀장들의 불만과 불만족은 들으려 하지 않고, 2,30대 팀원들의 소리만 귀 기울이려고 한다. 역으로 팀장들의 불만은 그럼 임원들 책임 아닌가. 팀장들이 임원들 맞추다가 이렇게 된거라고 생각 안하나? 왜 본인들은 반성이나 책임의식을 안 느끼는 걸까. 아무도 NO라고 안해서 반대 주장을 하고, 나만 이렇게 불만을 표하는 것도 이젠 점점 이상해진다.
오늘도
껍데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