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금요일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다 같이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곤 합니다. 습관처럼 상품 진열대를 훑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행사 스티커들을 보며 저는 늘 같은 질문을 떠올립니다. “지금 이 가격에 사도 괜찮을까?” 몇 분만 기다리면 할인 금액으로 해주지 않을까? 아니면 오늘이 가장 좋은 가격일까?” 하고 말이죠. 사소한 간식 혹은 음식을 사는 데도 망설이는데, 회사에서 혹은 사업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피땀 흘려 번 돈을 걸어야 하는 주식 앞에서는 더 천천히,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결국 “좋은 가격에 사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낮은 가격에 사야 오를 때 든든하고, 지금이 너무 높은 가격이라면 들어가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종목의 현재 주가, 과연 비싼지, 혹은 싼지 아니면 딱 맞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오래전에 ‘회계’라는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재무제표는 그 언어로 쓰인 기업의 생활기록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똑똑한 사람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숫자를 이리저리 엮어 기업의 상태를 더 빠르게 읽도록 도와주는 요약의 도구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투자 지표’입니다. PER, PBR, PEG, PSR… 이름은 낯설지만, 역할은 단순합니다. 숫자라는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손에 쥐면, “이 가격이 대략 어느 정도 선인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적정 주가를 딱 떨어지게 맞히는 마법 같은 도구라기보다는, 위험하게 비켜난 길을 미리 알려주는 표지판에 가깝습니다.
물론, 재무제표의 계정명도 어려운데 그걸 다시 조합한 지표라니 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공부임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표를 이해하는 일은 ‘수익을 크게 내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나의 소중한 투자금을 지키기 위한 안전 습관’에 가깝다고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먼저 고백하자면, 투자 지표로 계산한 ‘적정 주가’는 절대적 진리가 아닙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바뀌는 바다의 물결처럼, 기업의 가치도 시간과 사건에 따라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표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완벽한 정답 대신 “지금 이 가격이 대충 어느 근처인지”를 파악하게 해 주니까요. 우리는 그 감각 하나만으로도 불필요한 실수를 몇 번이고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가격, 괜찮을까?” 이 질문에 어제보다 덜 흔들리는 답을 갖게 되는 것, 그게 우리가 투자 지표를 공부하는 목적입니다. 이번 글의 여정에서는 그 나침반들을 하나씩 함께 공부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