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회사 주식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지표는 PER과 PBR입니다. PER은 이익 대비 주가가 비싼지 싼 지를 알려주고, PBR은 자산 대비 주가가 적절한지를 보여주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PER과 PBR만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이오 신약 개발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당장은 이익이 없거나 적자를 이어가니 PER은 계산조차 불가능합니다. PBR을 보자니 연구소 건물과 실험 장비밖에 잡히지 않아, 장부에 적힌 자산 가치로는 미래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IT 플랫폼·인터넷 서비스 기업(구글, 아마존, 네이버), 전기차·배터리 같은 친환경 산업, 클라우드·AI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PEG 적용이 자주 논의됩니다. 이런 업종은 현재 자산이나 이익보다 빠른 성장률이 주가를 설명하는 데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기업에 주목하고, 때로는 높은 주가를 지불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늘의 모습보다 내일의 성장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때 등장하는 지표가 PEG입니다.
PEG는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말 그대로 ‘성장률을 반영한 PER’입니다. 공식은 단순합니다.
PEG = 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 ☞ PER ÷ 이익성장률
PER이 발표된 실적 지표를 토대로, 그러니까 현재의 사진을 찍는 정적인 지표라면, PEG는 영상처럼 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동적인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의 PER이 30배라면 언뜻 비싸 보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매년 30%씩 이익이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PEG는 1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PEG는 1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PEG < 1 → 저평가 (성장에 비해 주가가 싸다)
PEG = 1 → 적정평가 (성장에 맞는 주가 수준)
PEG > 1 → 고평가 (성장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
즉, PER이 10배라 싸 보이더라도 성장률이 0%라면 PEG는 무한대로 치솟아 결코 싸지 않습니다. 반대로 PER이 50배라 부담스러워 보여도 성장률이 60%라면 PEG는 0.83으로 저평가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 하나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PEG는 드러내 줍니다.
그렇다면 PEG의 분모에 들어가는 ‘이익성장률’은 어떻게 구할까요? 여기서부터 PEG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PER이나 PBR은 회계장부에 적힌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입니다. 반면 이익성장률은 미래에 대한 가정이 포함되기에 훨씬 주관적입니다.
보통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성장률을 구합니다. 첫째, 과거 EPS 추세(내부 실적 자료)를 통해 산출합니다. 최근 3년간 EPS가 각각 100원, 120원, 150원이었다면, 연평균 약 22% 성장한 셈이고, 이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죠.
둘째, 애널리스트나 증권사의 전망치(외부 전문가들의 평균 의견)를 반영합니다. 예컨대 EPS가 향후 2~3년간 얼마나 늘어날지 예상치를 평균해 성장률을 계산하는 것이죠. 미래를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PEG의 약점이 드러납니다. 성장률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PEG 값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회사라도 낙관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는 PEG를 낮게 산출하고,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은 PEG를 높게 산출합니다. 그래서 PEG는 PER, PBR보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지표라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PEG는 여전히 유용합니다. 왜냐하면 PER과 PBR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업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성장 업종, 예를 들어 IT 플랫폼, 바이오, 전기차 같은 산업에서는 PEG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성장의 상상력을 가격으로 환산해 주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지요.
PEG는 결국 숫자와 상상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지표입니다. 공식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익성장률’은 미래를 향한 질문이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꼼꼼한 기업 분석이 필요합니다. 이 회사의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경쟁사 대비 우위는 무엇인지, 기술적 장벽은 얼마나 단단한지 등, 이런 질문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성장률을 추정해야 합니다.
투자는 언제나 ‘현재의 가격’과 ‘미래의 가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일입니다. PEG는 투자의 그러한 특징을 명징하게 드러내 줍니다. 숫자만 믿고 가면 현실에 갇히고, 상상만 믿고 가면 허상에 빠집니다. PEG는 그 둘을 함께 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