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 장부 속 자산으로 기업을 보는 눈

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by 강냉이콘

PER이 “이익 대비 비싸냐 싸냐”를 알려준다면, PBR은 “자산 대비 비싸냐 싸냐”를 알려줍니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건 알겠는데, 그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합치면 도대체 얼마짜리 회사인지, 지금 주가가 그 자산에 비해 비싼지 싼 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PBR입니다.



PBR 계산 방법과 BPS


PBR은 Price to Book-value Ratio, 우리말로는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과 주가를 비교한 비율이죠.



PBR = Price to Book-value Ratio, ☞ 주가 ÷ BPS = PBR

Price → 주가

Book-value → BPS (여기서 Book은 회계 장부, 즉 장부에 기록된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의미)



PER을 이해하려면 EPS를 먼저 알아야 하듯이, PBR을 이해하려면 먼저 BPS를 알아야 합니다. BPS(주당순자산, Book-value Per Share)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발행된 주식 수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주주 한 명이 주식 1주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주식이 차지하는 자산 몫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수치죠.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1조 원이고, 발행 주식 수가 1억 주라면, BPS는 1조 원 ÷ 1억 주 = 10,000원이 됩니다.



BPS = Book-value Per Share, ☞ 순자산 ÷ 주식 수 = BPS

Book-value → 자산 - 부채 = 순자산(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

Share → 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수



요컨대, “이 회사가 문을 닫고 가진 걸 다 팔아 현금으로 만들면 주주 한 사람당 얼마씩 돌아갈까?”를 따져보는 숫자입니다.



자산을 기준으로 주가를 바라보다


PER이 ‘이익’을 기준으로 한 가격표라면, PBR은 ‘자산’을 기준으로 한 가격표입니다. 회사의 이익이 매년 들쑥날쑥하더라도, 만약 부동산이나 공장 설비, 특허권처럼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면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PBR 수치가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PBR의 분모인 BPS가 커져서 수치가 작아짐)


반대로 보유 자산이 적거나 빚이 많으면, 주가가 자산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되어 PBR이 1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곤 합니다. (PBR의 분모인 BPS가 작아져서 수치가 커짐)



저PBR의 함정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PBR이 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 주가 부양책의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이 나왔을 때죠. 당시 여러 기업들의 PBR이 1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8월 기준 삼성전자의 PBR은 약 1.3배 수준입니다. 같은 전자·반도체 업종 평균이 약 1.1배라고 가정한다면, 시장이 삼성전자에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세계적인 경쟁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반영).


반대로 일부 제조 업체나 중소형 상장사들은 PBR이 0.3배나 0.4배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장부상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훨씬 낮게 거래되는 셈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저PBR의 함정’입니다. 얼핏 들으면, 자산보다 싸게 살 수 있는 회사는 ‘무조건 기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싸게 거래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사업 구조가 너무 낡았거나, 수익성이 떨어져서 미래가 어두운 기업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모 경제·증권 관계자 간담회에서 “저PBR 기업은 청산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자산 대비 주가가 낮다는 건, 시장이 그 회사를 ‘미래 가치가 거의 없는 기업’으로 본다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부실 채권 비중이 높아진 일부 지방은행이나, 신기술 투자 없이 노후 설비만 남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합니다. 겉으로는 자산이 있어 보여도, 이를 활용해 이익을 낼 능력이 없다면 그 자산은 투자자에게 ‘잠든 돈’에 불과합니다. 이 말은 곧, 차라리 청산해 버려 다른 사업이나 투자 기회를 만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뉘앙스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PBR 숫자를 볼 때면, 그 안에는 ‘싸다’라는 달콤한 유혹과, ‘싼 이유’라는 냉정한 현실이 함께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익과 자산, PER과 PBR


PER과 PBR 둘을 함께 보면, 이익과 자산이라는 서로 다른 기준에서 기업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즉, 투자자는 이렇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회사가 지금 이익을 잘 내고 있는가?” (PER)

“이 회사가 가진 자산은 가격에 비해 얼마나 되는가?” (PBR)

그리고 하나 더, “이 회사가 앞으로 자산 이상의 가치를 만들 힘이 있는가?”


PBR은 특히 은행, 보험, 제조업처럼 자산이 중요한 업종을 평가할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숫자만 보고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이유와 미래를 함께 보는 것이 노련한 투자자가 되어가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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