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아마 주식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분이라면, PER(주가수익비율)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도 제일 처음 접한 투자 지표도 PER이지 싶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종목을 검색하면 주가 옆이나 기업 정보란에 PER 수치가 함께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PER은 투자 지표의 기초 중의 기초로, 투자 초보라도 한 번쯤은 접하게 되는 지표죠.
사람들이 PER을 다른 투자 지표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이죠.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계산법이 단순하고 주식 가격이 현재 기업의 이익 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를 조금 진지하게 하려 하는 사람들이 뉴스, 리포트, 증권사 앱은 물론, 포털 종목 페이지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가 바로 PER이라 할 수 있습니다.
PER은 Price to Earnings Ratio의 약자로,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입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5만 원이고, 연간 이익이 주당 5천 원이라면 PER은 10이 됩니다. 이는 곧 "이익만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1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죠.
PER = Price to Earnings Ratio, ☞ 주가 ÷ EPS = PER
Price → 주가
Earnings → EPS
PER을 이해하려면 먼저 PER의 'E', Earnings에 대해서 알아야겠습니다. Earnings은 바로 EPS(주당순이익)이라고 하며, PER과 EPS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여기서 EPS(주당순이익)이란 무엇일까요? EPS는 영어 Earnings Per Share의 약자로,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기업이 한 해 동안 모든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최종적으로 남긴 이익)을 발행된 주식 수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주주 한 명이 주식 1주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주식이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이익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수치죠.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1년 동안 1,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발행 주식 수가 1억 주라면, EPS는 1,000억 원 ÷ 1억 주 = 1,000원이 됩니다.
EPS = Earinings Per Share, ☞ 순이익 ÷ 주식 수 = EPS
Earnings → 순이익(여기서 Earnings는 순이익,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의 제일 밑에 있는 항목)
Share → 한 회사가 발행한 주식의 수
PER은 바로 이 EPS를 분모로 삼아 계산됩니다. 즉, PER이 높다는 것은 같은 이익(EPS)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뜻이고, PER이 낮다는 것은 주가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뜻이죠.
이론적으로 PE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과 성장성에 따라 이 기준은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은 “PER 10이면 적정”이라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20은 돼야 평균”이라는 의견도 있죠.
특히 유니콘 기업이나 미래 기대가 큰 기술 기업은 PER이 100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거품이라고만 보지 않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수치 너머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업종을 동일하게 PER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처럼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가진 업종은 PER이 낮은 것이 자연스럽지만, 기술주처럼 현재 이익은 작아도 성장 기대가 큰 업종은 PER이 높게 나타나기 쉽죠. 이 외에도 반도체, 소프트웨어, 소비재, 자동차, 제약·바이오, 통신업 등 업종별로 PER 수준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PER 분석은 이익이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기업에서 유효합니다. 이런 특성은 대체로 규모가 큰 기업, 즉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과 현금 흐름을 가진 대기업에서 많이 나타나죠. 변동성이 크거나 적자인 기업은 PER 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적자인 기업의 경우 EPS가 음수이기 때문에 PER 자체가 계산되지 않으며, 이 경우 다른 지표를 참고해야 합니다. 따라서 PER을 볼 때는 비슷한 업종, 유사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끼리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PER이 유효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가 반도체 업종입니다. 삼성전자는 DRAM 등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장기간 일정 수준의 이익을 유지해 온 대표 기업이죠.
2025년 8월 8일 기준 삼성전자의 PER은 13.91배로, 동일 업종 평균인 10.71배를 상회했습니다. 이는 같은 반도체 업종 내에서 삼성전자가 시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업종 평균 대비 고평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AI 수요 급증,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 확보, 파운드리 사업 확대 가능성 등 미래 성장성을 반영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프리미엄(동일 업종 평균 대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부여하는 주요 근거가 되죠.
PER은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인 투자 지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은 단순히 PER로 그 회사의 가치 분석을 간단하게 해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PER 용이한 장점으로 모든 회사의 가치 기준을 PER로 판단하는 'PER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PER이 낮아서 ‘지금이 저평가된 기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일시적 업황 부진 같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PER이 높더라도, 앞으로의 성장 모멘텀(성장세를 이어갈 힘과 추세)이 충분하다면 ‘고평가’라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죠.
결국 PER은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숫자가 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먼저 이해하는 것, 즉, 업종과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여 어떤 투자 맥락을 반영하는지를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