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EV/EBITDA, 아마 제일 생소한 생김새를 보이는 투자 지표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PER, PBR, PEG 등과 같이 깔끔하게 세 글자도 끝나지 않을뿐더러, EV와 EBITDA사이에 나누기를 의미하는 슬래시(/)까지 있으니 말이죠. 또한 어떻게 발음해야 할 지도 난감합니다.
'이브이에비타'라고 부르는 이 도구는 과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EV와 EBITDA, 두 개념을 차례차례 알아봐야 합니다. EV에서 EBITDA를 나누는 의미라고 추측이 된다면 이미 이해하는데 반절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 지표의 개념을 알기 위해 먼저 예시 일화를 들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곧 40을 바라보는 약 12년 차 직장인입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회사의 희망퇴직 명단에 제 이름이 올라 있더군요. 이윽고 희망퇴직은 현실화되고, 위로금이라는 이름으로 퇴직 후 일정 금액이 통장에 들어왔지만, 그 돈으로 평생을 버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결국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지요.
그즈음에 집 근처의 한옥풍 삼계탕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늘 손님으로 북적이던 곳, 언젠가부터 사장님이 가게를 넘길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은근히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수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결심했습니다. 이 집을 내가 이어가 보자고 말이죠.
먼저 인수 비용을 따져보았습니다. 건물과 가게 운영권, 삼계탕 비법 레시피까지 모두 합쳐 7억 원.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사장님의 말은 단순했습니다.
“이 가게는 1년에 순수 영업이익이 2억 정도 납니다. 그러니 5년 안에는 본전을 뽑을 수 있어요.”
그 말속에서 저는 흥미로운 계산법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밑천 7억 원을 들여, 1년에 2억 원씩 영업이익을 내면, 7÷2 니까, 3.5. 3.5년 만 지나면 본전을 뽑고 순수 내 돈을 가져가겠군'하고 말이죠. 여기에서 인수비용 7억 원에 1년에 순수 영업이 2억 원을 나눈 공식, 이것이 바로 EV/EBITDA의 원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질 것입니다.
EV(Enterprise Value)는 회사를 통째로 사는 데 드는 가격입니다. 단순히 주인에게 건네는 돈만이 아니라, 그 회사의 빚까지 떠안고 금고 속 현금까지 함께 고려한 ‘실질적인 인수 비용’이지요. 제 경우, 삼계탕집을 인수하는 데 드는 7억 원이 바로 EV였습니다.
EV를 구하는 식을 상세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EV = 시가총액(지분가치) + 총부채(+우선주·소수지분) - 현금·현금성자산
부채를 더하는 이유: 회사를 인수하면 그 빚에 대한 의무(채무)도 내가 지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빼는 이유: 인수 직후 금고 속에 현금이 있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인수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죠.
삼계탕집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건물·영업권·레시피 등을 포함한 인수 총액 7억 원이 EV입니다(단순화를 위해 빚과 현금 조정이 없다고 본 경우).
만약 가게에 빚이 1억, 금고에 현금이 5천만 원 있었다면 EV는 7억 + 1억 − 0.5억 = 7.5억 원처럼 조정됩니다. 이렇게 EV를 알면 ‘통째로 사는 데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EV입니다.
EBITDA는 이름은 복잡하지만 개념은 단순합니다.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쉽게 말해 영업이익에서 아직 은행 이자, 나라에 내야 할 세금, 회계적으로 나눠 잡히는 건물·기계 값(감가상각), 특허나 브랜드 가치 같은 무형자산상각을 반영하기 전의 이익입니다. 왜 이 항목들을 뺄까요?
이자(Interest): 회사마다 빚 규모가 달라 이자 비용도 제각각입니다. 본업의 힘을 보려면 잠시 제쳐 두는 것이 공정합니다.
세금(Taxes): 나라와 제도에 따라 세율이 달라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일단 제외합니다.
감가상각(Depreciation): 기계나 건물 값은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비용 처리되지만 실제 현금이 매년 빠져나가는 건 아니므로, 영업력만 보려면 빼는 게 맞습니다.
무형자산상각(Amortization): 브랜드 가치나 특허 같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제외합니다.
결국 EBITDA는 오직 본업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삼계탕집의 경우, 매년 순수하게 영업으로 남긴 2억 원이 바로 EBITDA에 해당합니다. 쉽게 말해 가게가 매년 만들어내는 ‘현금 창출력의 대략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계산은 간단합니다.
EV ÷ EBITDA = 7억 ÷ 2억 = 3.5배. 즉, 약 3년 반 정도만 가게를 잘 돌리면 인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들도 기업을 평가할 때 똑같은 계산을 합니다. 어떤 회사를 통째로 사는 데 드는 값이, 그 회사가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힘의 몇 배인지를 보는 것이지요. 이 수치가 낮을수록 ‘같은 돈을 내고 더 많은 벌이를 사는 것’이고, 높을수록 ‘비싸게 사는 것’입니다.
PER이나 PBR 같은 지표는 유용하지만, 세금이나 부채, 회계 처리 방식 때문에 기업마다 차이가 크게 납니다. EV/EBITDA는 이런 왜곡을 줄이고, 영업의 힘 자체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래서 인수·합병 현장이나 자본집약적 업종에서는 마치 표준어처럼 자주 쓰이지요.
EV/EBITDA 적용이 효과적인 업종은 통신, 유틸리티, 제조업처럼 자본집약적이고 감가상각이 큰 산업입니다. 부채 구조가 달라도 비교가 가능해 특히 유용합니다.
또한 M&A(인수합병)에서 인수 가격이 합리적인지 평가할 때, 혹은 서로 다른 나라·회계 제도를 가진 기업들을 공평하게 비교할 때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이 훌륭한 도구에도 한계와 주의점은 당연히 있습니다. EBITDA는 설비투자(CAPEX)나 운전자본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실제 현금흐름과 차이가 있습니다. 경기 호황기에는 벌이가 과대평가되어 배수가 낮아 보이는 착시가 생기기도 하지요. 또한 일회성 이익이나 회계 기준 변화(예: IFRS16이라는 새로운 규정으로 리스 계약을 자산과 부채로 잡게 되면서, 예전보다 EBITDA가 커져 보이는 효과)가 반영되면 왜곡될 수 있어 보완 지표와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업종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산업은 6~8배 수준이 '보통 가격'으로 여겨집니다. 10배를 넘어가면 성장 기대나 프리미엄이 반영된 고평가로 해석되고, 5배 이하라면 저평가 혹은 경기 부진 우려가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다른 지표들과 같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업종별 평균과 비교할 때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삼계탕집의 본전 계산법을 통해 EV/EBITDA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도 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통째 가격과 본업 벌이’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죠. 바로 이 EV/EBITDA라는 도구가 기업을 몇 년 돌려야 본전을 뽑을 수 있을지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