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F – 미래의 현금으로 지금의 기업 가치 구하기

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by 강냉이콘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물가가 상승하는 것.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휘발됩니다. 그렇기에 현재 이 순간의 5만 원과 10년 뒤의 5만 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보통 10년 뒤의 5만 원이 지금의 5만 원보다 가치가 낮아지죠. 시간이 흐르면 돈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구매력)은 줄어듭니다.


DCF, 미래의 현금 흐름을 그려보기


투자자들은 한 기업의 미래의 현금흐름을 가지고 기업 가치를 매겨보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이는 돈도 현재 가치로 환산해야 정확히 기업 가치를 산정해 볼 수 있겠죠. 바로 이때 쓰이는 방법이 DCF(Discounted Cash Flow, 현금흐름할인법)입니다.


지난 장에서 살펴본 EBITDA는 지금 이 순간 기업이 얼마나 현금을 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쉽게 말해 기업의 현재 체력을 확인하는 건강검진표와 같지요.


반면 DCF는 그 체력이 앞으로 몇 년, 몇십 년 동안 어떤 흐름을 그릴 지를 가늠해 보는 방법입니다. 두 방법 모두 현금흐름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EBITDA가 ‘현재’를 비춘다면 DCF는 ‘미래’를 향하죠.



DCF로 기업 가치 구하기,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 계산 ÷ 할인율 적용


DCF의 과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선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자유현금흐름(FCF - Free Cash Flow, 쉽게 말해 기업이 실제로 벌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 영업활동 현금흐름 – 자본적 지출(CapEx))을 가늠합니다. 그다음 이 미래의 돈을 오늘의 값으로 바꾸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할인율에는 기업의 위험도와 함께 시간이 흐르며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인플레이션 효과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산된 값들을 합산하면 기업 전체의 가치가 구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부채를 빼고 주식 수로 나누면 한 주당 가치가 계산됩니다. 이 한 주당 가치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DCF 기준의 적정가치죠.



현금흐름 현재가치 예시 (할인율 10% 적용)


1년 차: 1,000억 원 → 약 909억 원
2년 차: 1,200억 원 → 약 991억 원
3년 차: 1,400억 원 → 약 1,053억 원
4년 차: 1,600억 원 → 약 1,092억 원

5년 차: 1,800억 원 → 약 1,118억 원


→ 할인율 적용한 5개년 현금흐름 합산: 약 5,163억 원


예를 들어 가상의 기업 A가 앞으로 매년 1,000억, 1,200억, 1,400억, 1,600억, 1,800억 원의 현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해봅시다. 여기에 10%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해가 갈수록 환산되는 금액은 점점 줄어듭니다.



영구가치 계산과 주당 가치


영구가치 계산: 1,800억 원 × (1+2%) ÷ (10%–2%) ≈ 22,950억 원

영구가치 현재가치: 22,950억 원 ÷ (1.1^5) ≈ 14,265억 원


※ 영구가치: 기업이 일정 기간 이후, 계속 벌어들일 현금흐름을 한꺼번에 계산해 더한다는 뜻. 보통 식은 마지막 해 현금흐름 × (1+성장률 g) ÷ (할인율 r – 성장률 g)


이렇게 다섯 해 동안의 현재가치를 합산하고, 이후에도 이어질 흐름을 영구가치라는 개념으로 더해주면, 대략 1조 9천억 원 정도의 기업 가치가 나옵니다.



DCF로 구한 주당 가치


총합: 약 1조 9천억 원[약 5,163억 원(할인율 적용한 5년 간의 현금흐름) + 14,265억 원(영구가치) → 1억 주를 발행했다면, 주당 가치 약 1만 9천 원


마지막으로 주식이 1억 주라면, DCF로 계산한 주당 가치는 약 1만 9천 원이 되겠지요.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계산값과 실제 시장 주가를 비교하는 일입니다. 만약 현재 주가가 2만 원이라면, DCF로 구한 주당 가치보다 높으니 고평가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1만 원이라면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주가가 1만 5천 원 안팎이라면 적정가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DCF, 복잡해 보이지만 강력한 지표


앞서 설명한 DCF 공식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해 보는 것인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가져와 기업 가치를 계산해 보는 것입니다.


DCF는 다른 지표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예를 들어 적자 기업은 PER이 성립하지 않고, 무형자산이 중심인 기업은 PBR로는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매출은 크지만 이익이 적은 기업은 PSR만으로는 착시에 빠질 수 있지요. 이런 경우 미래의 현금흐름을 직접 계산하는 DCF가 더 적합합니다.


특히 장기적인 성장 산업, 기술 기업이나 무형자산 비중이 큰 기업, 그리고 규제산업처럼 단순 지표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섹터에서 DCF가 현재의 가격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아니면 적정한지 판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기준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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