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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식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

by 피터의펜

한동안은 기타가 나의 하루였다. 코드 연습, 손가락 훈련, 리듬 감각, 유튜브 속 잘생긴 누군가의 튕김 하나에도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내게 대입해 보며 매일같이 손끝을 퉁기고 또 퉁겼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해보고 싶은 게 생겼고, 그걸 '계속' 해보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몸이 조금 불편한 것도, 손끝이 아픈 것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몸이 먼저 멈춰버렸다.


...

...

기타를 시작하고 나서 내 몸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좋은 점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안 좋은 점도 있다.

나는 지극히 오른손잡이다. 생활의 모든 세밀한 동작은 늘 오른손이 도맡아왔다. 문을 열고, 열쇠를 돌리고, 콩자반을 집을 때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도.

그런데 기타를 치다 보니, 이상하게도 내 '왼손'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금껏 이 손을 이렇게까지 써본 적이 있었던가?

기타 넥을 쥐고 코드를 누르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 왼손에 정교한 역할과 책임을 줘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그게 좀 기뻤다.

마치 균형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왼손과 오른손. 이제야 좀 공평하게 쓰이고 있다는 이상한 만족감. 양손잡이나 양발을 잘 쓰는 운동선수처럼 몸이 좌우로 '맞춰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미숙한 내가 내 몸을 무리하게 다룬 탓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척추가 뻐근하다.
목도, 허리도.

환자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건 확실히 안 좋다" 싶은 느낌이 있다.

그 이유도 안다.
계속 고개를 숙여 왼손의 위치를 확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북목 자세가 굳어졌고, 좌우가 어긋난 채로 기타를 잡은 자세가 결국 허리에 무리를 주고 말았다.

왼손이 믿음직하지 못하니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고개는 더 숙여진다.

어깨는 틀어지고,
허리는 비틀린다.

Bm, F 같은 바레코드도 이제는 조금 손에 익었고 코드 전체도 다 외웠다. '친다'는 것 자체는 이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자세가 무너지니,
그만큼 몸이 비명을 질렀다.

허리통증이 올 때면 기타보다 병원 예약이 먼저 떠오른다.

무리한 건 알았지만, 그래도 나름 절제하며 했다고 생각했다.

30분 연습하고 쉬고,
손이 아프면 풀고,
스트레칭도 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선다 보니 점점 더 몸을 혹사시키게 된 것 같다.

결국 병원에 갔다. 진료 결과는 의외로 단순했다.

"과사용. 피로 누적. 척추 주변 근육 긴장."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요즘 뭐 특별히 하시는 거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순간, 대답이 망설여졌다.

"... 기타요."
"아, 네. 당분간은 좀 쉬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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