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벅스보다 더 고마운 말 한마디
요즘 우리 아이가 푹 빠져 있는 게임이 하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 주변 모든 친구들이 같이 빠져 있는 게임이다.
로블록스.
학교에서도, 태권도 학원에서도 "로블록스에서 만났어?", "이벤트 했어?" 같은 대화가 일상이다.
그 안에서도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게임은 '브레인 롯 훔치기', '99일' 같은 것들이다.
이름만 들어선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게임들.
설명을 들어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인데 아이에게는 이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인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때도 그랬다. 요즘 아이들도 친구를 만나고 노는 공간이 운동장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 속이라는 것뿐.
그래서 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도 그런 걸 아니까 게임에 대해 조금은 허용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물론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마냥 무제한으로 하게 둘 수는 없다.
우리 집에는 소소한 룰이 하나 있다. 게임과 공부는 스스로 시간을 정해서 하되 그날 끝내야 할 숙제와 공부의 양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시험을 잘 봤다거나, 아니면 게임을 덜 하고 공부를 너무 많이 했거나. 학원 숙제를 미루지 않고 끝냈다거나 혹은 선생님께 '요즘 수업 태도 너무 좋다'는 연락이 왔을 때. 그럴 땐 내가 '보상'처럼 작은 선물을 준다. 로블록스 안에서 쓸 수 있는 로벅스 몇 천 원 정도를 충전해 주는 거다.
정확한 규칙은 없다. 하지만 서로 기분이 좋을 때면 "오늘은 충전 가능"이라는 싸인이 오간다. 뭔가 딱딱한 거래가 아니라 말하자면 '칭찬을 건넬 수 있는 명분' 같은 거다.
사실 우리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따로 용돈을 주지 않더라도 심부름으로 잔돈을 얻을 기회가 많았다.
"콩나물 500원어치 사와라" 하면서 천 원을 주시면 슈퍼에 다녀오고 남은 잔돈은 내 몫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가끔은 그걸로 오락실도 가고, 학교 가는 길에 과자도 사 먹고 그랬다. 엄마가 알면서도 그냥 웃어넘기던 그 너그러움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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