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보다 맛있었어
그날은 몸이 유난히도 무거웠다. 단순히 피곤하다기보다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었다.
주말도 아니고 휴가도 아니고, 그냥 완전한 평일.. 수요일이다. 나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무작정 하루를 쉬기로 했다. 그저 조용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며 배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후 그대로 다시 누웠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예전 같으면 이왕 쉰 김에 운동을 나가든 아니면 보고 싶었던 영화라도 틀어보든 뭔가를 했을 텐데 요즘엔 그런 것도 다 귀찮았다. 그냥 '기절' 자체가 제일 큰 휴식이 된 시기다.
한참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현관문이 쿵 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다녀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세 시가 넘은 시각.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것이다. 몸은 여전히 축축 처져 있었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속도 허전했다.
그때, 작은 봉투 하나가 눈앞에 내밀어졌다.
"아빠, 이거 먹어볼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뭔데?"
"내가 만든 거야."
'아, 맞다. 이번 학기부터 아이가 요리 방과 후 수업을 듣고 있었지.' 떡, 샌드위치, 샐러드 같은 걸 몇 번 싸 온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먹고 싱크대에 던져둔 포장지를 음식물쓰레기랑 분리해 버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별 기대 없이 조심스레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그런데, 진짜 맛있었다.
패티에서는 육즙이 살아 있었고,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