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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네가 정했다

스스로 고르고 책임지는 첫걸음

by 피터의펜

지난주만 해도 날아다녔다.

아니, 어제만 해도 분명 문제가 없었다.


우리는 어제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몇 번이나 오가며 축구를 했다.

한 골 먹으면 시무룩해 있다가도, 마치 메시처럼 한순간에 돌변해 바로 동점골을 터뜨릴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나도 조금 봐주며 천천히 뛰었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과 몸동작만큼은 전력을 다하는 척 훌륭한 연기를 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우리는 땀범벅이 된 채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더니 갑자기 신발이 불편하단다.


"축구화가 안 맞아."

"응? 어제까지만 해도 잘 신고 뛰었잖아."

"발이 커졌나 봐."


나는 한참 동안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는 자기 말이 진실이라도 되는 듯, 신발만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알았어. 일단 다녀와."

"다녀오겠습니다."


현관에서 이렇게 기싸움을 이어가 봐야 답이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말을 꺼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아이의 표정은 여전히 불편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다.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저 의아했을 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신발이 하루아침에 작아졌다는 말이 웃으며 넘기기엔 좀 낯설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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