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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와따 Jan 31. 2023

답은 내 안에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

회사 신입사원 공개채용 면접이다.

대표이사가 질문을 던졌다.



친구들과 서울에서 강원도로 3박 4일 여행을 갑니다.

자동차와 도로 사정, 날씨 등 모든 조건은 똑같습니다.

놀러 갈 때와 돌아올 때 기름값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세요



인사팀에서 준비한 표준 질문지에 없는 내용이다.

면접자는 물론 함께 있던 면접관들도 당황했다.


지원자 한 명이 용기 내서 질문한다.

"혹시 난센스입니까?"


"허허허 개그맨 뽑는 거 아닙니다"

대표는 웃었지만, 면접장은 얼어붙었다.


오후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 제대로 답변한 지원자는 없었다.

대표는 재미있는지 계속 반복해서 질문을 한다.


취준생들은 뜻밖의 질문에 곤혹을 치렀다.

답은 둘 중 하나이니까 확률은 50%다.

면접에서 모른다고 하는 것은 치명적이니 

어떻게 해서든지 답을 하려고 온몸을 쥐어짠다.


"여행을 마치고 피곤해서 몸이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돌아올 때 기름값이 더 듭니다"

"가져간 음식을 소비한 만큼 무게가 줄었으니 ~~"

"여행지로 가는 길은 들뜬 마음으로 속도를 더 내게 됩니다. 연비 효율이 떨어질 것으로....."


면접 종료.

대표이사는 한마디를 남기고 면접장을 나갔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東高西低를 아는 사람이 없다니...ㅉㅉㅉ"


남아 있던 다른 면접관들은 허탈해서 멋쩍게 웃었다.

마치 우리는 답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대표는 '내가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난다.

지나고 보면 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긴장해서, 당황해서, 혹은 너무 간단해서 잠시 혼란스러운 거다.

답은 내 안에 있다.


그나마 제대로 답변을 한 지원자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드라마 속 신입사원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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