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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슬이와 기린이

제1장 몽땅이 스토리

by TongTung

선플라워의 이야기를 들은 몽땅이는 날이 새도록 눈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볼펜은 그저 글을 쓰기 위해 있는 도구인 줄 알았는데...... 루카는 볼펜을 사용하지 않지만, 선플라워 할머니를 곁에 두고 싶어 했지. 볼펜으로 쓰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데?

선플라워 할머니를 봐!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행복을 모두에게 나눠 주시는 할머니 말이야. 할머니가 없는 연필꽂이 통은 상상할 수 없어.

그렇다면, 루카가 꼭 나를 사용해야만 내 존재가 증명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새 날이 밝아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몽땅이도 아침 햇살의 따스함이 느꼈습니다.

‘따뜻하다… 할머니도 이 빛을 느끼신 거구나!”


선플라워가 했던 것처럼 아침햇살을 가슴깊이 느끼며, 눈을 감았습니다.

‘....... 아침 햇살은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해 주는구나.
할머니는 이런 햇살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셨던 거야!"


몽땅이는 연필꽂이 통 맨 위에 걸터앉아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
조금씩,

천천히

................ 찾아보자.’




몽땅이는 한참 동안 포슬이를 지켜보았습니다. 포슬이는 놀이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닥에 쏟아진 종이 조각을 밟으며 깔깔 웃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 모든 걱정은 저 멀리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포슬이는 항상 이렇게 밝고 즐거워 보여. 저 작은 몸에 무슨 비결이 있는 걸까?’


몽땅이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포슬아, 너는 지우개잖아?”

포슬이가 깡충 뛰어 몽땅이 옆으로 와서는 눈을 반짝이며 웃었습니다.

“응, 맞아. 왜?”

몽땅이는 머뭇거리며 말했습니다.

“근데 너, 내가 봤을 때 뭘 지우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포슬이는 깔깔 웃으며 답했습니다.

“맞아! 요즘은 루카가 날 많이 안 쓰긴 해. 하지만 난 괜찮아. 언제든 필요하면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거든!”

그리고는 빙글빙글 돌며 장난스럽게 외쳤습니다.

“나, 멋지지 않니? 푸석푸석한 내 피부~ 무엇을 지우기 위해 아주 적합한 이 피부톤!”

몽땅이는 포슬이의 장난기 있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습니다.

‘포슬이는 조급해하지 않아. 쓰이지 않는 시간이 많아도 스스로 빛나며 기다릴 줄 아는구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준비하고 있네.’


‘그러고 보니, 기린님도 마찬가지잖아? 언젠가 니코가 한 번 사용하고는 지금껏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어!’

몽땅이는 문득 기린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기린이는 한껏 거만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액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액자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도 되는 듯, 우아한 자세로 턱을 살짝 치켜들고 있었습니다.

몽땅이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기린님~ 저 액자에 붙어 있는 종이들은 뭔가요?”

기린이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몽땅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WHAT? 종이들이라고? 몽땅아~, 몽땅아!!! 저 액자 속의 것은 종이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라는 거다!”


그러고는 코를 높이 치켜들고 우아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습니다.

“저 작품으로 말하자면, 니코와 내가 지난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린의 놀란 얼굴이지.

정말 대단하지 않니?

어쩌면 니코의 재능과 나의 예술적 감각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몽땅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액자를 다시 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건 그냥 삐뚤빼뚤 잘린 종이들이었지만, 기린이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몽땅이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기린님도 역시 조급함이라 고는 찾아볼 수 없어. 저 종이들, 아니 예술작품을 만들고선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구나.’


기린이는 몽땅이를 보며 씩 웃었습니다.

“몽땅아, 예술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야. 너도 언젠가 너만의 작품을 만들게 되겠지. 그러면 내가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게.”

몽땅이는 기린이의 도도함에 웃음이 나왔지만, 그 속에담긴 자신감과 여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몽땅이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그리고 자신의 의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졌고,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습니다.


포슬이는 통통 뛰며 장난을 치다가도 루카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고, 기린이는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자랑스러워하며, 도도하게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습니다. 공룡이는 자신을 접었다 펼쳤다 하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친구들을 돕고 있고, 해바라기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로 모두를 감싸주며, 연필꽂이님은 자신의 온몸으로 몽땅이와 친구들의 큰 울타리가 되어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친구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만 해도 충분해. 꼭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의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거야.”

그 깨달음에 몽땅이는 활짝 웃었고, 더 이상 조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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