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브랜딩 스토리
생과일 찹쌀떡을 파는 한정선(韓貞仙)이라는 디저트 브랜드를 아시나요? 오늘은 성수동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백화점 유통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정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성수동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외국사람 반, 한국사람 반이 섞인 긴 줄이 굽이굽이 늘어선 한 디저트 매장을 발견했습니다. 한옥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고즈넉한 브라운 컬러를 사용했고, 매장엔 온화한 백색의 백자가 진열되어 있어 '한국스럽다'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매장 앞을 가보니 쇼케이스 안에는 커다랗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일명 과일 모찌라고 불리는 생과일 찹쌀떡이 보였고, 찹쌀떡은 한 알 한 알 마치 귀중한 보물이 감싸져 있는 듯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오색저고리가 떠올려지는 색상으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한정선은 2023년 서울의 핫 플레이스인 성수동 메인 거리에 위치해 오픈한 생과일 찹쌀떡 전문점입니다. 오픈한 지 약 2년 이채되지 않았지만 판교 현대백화점 입점부터 시작해 더현대 팝업/강남 신세계 백화점 스위트 파크에도 입점하며 입지를 굳혀왔고, 최근엔 수원의 스타필드에도 입점하며 메이저 유통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더현대에서나 강남 스위트 파크에 가면 한정선 찹쌀떡을 먹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하며 긴 줄을 기다리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과일 찹쌀떡은 이미 약 10년 전 딸기모찌열풍으로유행이 지나갔던 아이템입니다. 마치 대만 카스테라와 탕후루 유행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과일 찹쌀떡을 한정선은 어떻게 F&B의 떠오르는 신예스타처럼 등장할 수 있었을까요?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과일 찹쌀떡을 한정선은 '전통'이라는 컨셉을 씌어 선보였습니다. 성수동은 유동인구의 특별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 후쿠오카 다이묘거리처럼 한국 젊은이들에겐 쇼핑과 젊음의 거리처럼 느껴지는 핫플일뿐더러 외국인들에겐 최신 K-패션/뷰티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유명 명소 중 한 곳입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수동에 모이는 것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것들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한정선은 바로 이 지점을 노렸습니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적인 것'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싶어 해 합니다. 이 포인트를 이용해 한정선은 '전통 디저트'라는 컨셉을 씌우면서 이름부터 패키지까지 모두 '전통스럽게'로 탈바꿈했습니다. 과일 모찌'라고 불릴 수 있는 메뉴는 '과일 찹쌀떡'이라는 이름을 바꾸고 매장 이름도 '한정선(韓貞仙)'으로 사용하며 한국의 정조가 있는 브랜드로 선보였던 것이죠. 여기에 찹쌀떡을 감싸는 포장지부터 매장 외관까지 모두 '전통'스럽게 보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즉, 외국인들에겐 'K-디저트'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과일찹쌀떡을 혼자 즐기는 문화에 그치지 않고 특별한 선물로서의 시장을 노렸습니다. 한정선에 있는 포장 선물 세트를 구매하면,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된 패키징과 함께 전통스러움이 느껴지는 디자인의 찹쌀떡들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복주머니처럼 보이는 개별 노리개 보자기는 마치 설날이나 추석 때 받았던 세뱃돈을 받은 것처럼 귀중한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온라인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첫 유통처를 백화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선물‘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디저트를 구매하는 비중은 선물세트로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정선의 디저트 선물 세트는 약 5만 원으로 고물가 시대에 비싼 한우나 고급 디저트 선물보다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제품입니다.
찹쌀떡 제품을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한 시도도 한정선의 발 빠른 전략 중 하나입니다. 최근 두바이 초콜릿 열풍인 시절 누구보다 더 빠르게 한정선은 두바이초콜릿찹쌀떡을 만들어 선보였고, 퍼스트 무버로 작용했습니다. 두바이초콜릿이 든 것이라면 뭐라도 이슈가 되었던 시기에 한정선은 크게 입소문이 났던 거었지요. 국외 고객뿐만 아니라 국내 고객들을 사로잡을만한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한정선은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시켰습니다.
결국 한정선이 브랜드 전략으로 선택했던 방법은 평범하리라 느꼈던 과일찹쌀떡을 ‘전통 디저트/K-디저트’라는 컨셉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물론 한정선의 행보엔 시장의 수요도 딱 들어맞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일상을 점점 찾아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었고 강달러로 상대적 원화약세인 만큼 방한하는 외국인 수는 증가했기 때문에 한정선의 K-디저트 전략은 들어맞았습니다. 또한 내수시장에서는 고물가로 비싼 오마카세를 가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립스틱효과처럼 ‘한입 사치'의 소비를 찾기 시작했고, 이 현상은 디저트 시장을 성장시켰고 '전통'이라는 컨셉은 '레트로 열풍'에 전통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게 만들었고요.
브랜드 전략은 시장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접근해 어떤 컨셉을 정의 내리느냐가 성공 판도의 열쇠를 거머쥐게 됩니다.
일본의 명물 '도쿄바나나'처럼 한정선도 한국의 정서를 담은 K-디저트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한정선의 다음 횡보는 면세점과 같은 곳이 새로운 유통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짧게 반짝거리는 브랜드가 되지 않고, 한정선의 이름처럼 한국의 정조를 잘 지키는 새로운 문화의 브랜드로 남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