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브랜딩 스토리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제2회 로컬 브랜드 캠프 'IN&OUT 강북'에 다녀왔습니다. 로컬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과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고 인사이트를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포럼을 통해 앞으로 지역 브랜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볼 수 있었던 내용이어서, 브랜드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인사이트 내용을 공유합니다.
일본엔 100년 된 가게들이 많습니다.
100년이 넘은 가게들은 일본 지방 소도시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를 하고 있어요.
- 한신대 이기호 교수님 -
개막사 때 영상으로 말씀 주신 한신대 이기호 교수님의 이야기였는데요. 100년 이상된 일본 가게들이 고령화 및 인구 소멸 단계로 가는 일본 지방 소도시의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우리가 로컬브랜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200년 이상 된 기업 총 7,212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3,937곳(54%)이 일본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장수 기업은 지방 소도시에 분포되어 있고 이중 상장기업은 1.6%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중소기업입니다. 다만, 이들은 로컬 브랜드로서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관광 지원으로 활용되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American Independent Business Alliance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따르면, 지역 독립 사업체에서 구매한 각 구매의 48%가 지역적으로 재순환되었고, 체인점에서 구매한 경우의 14% 미만으로 소규모 지역 독립 업체가 매출 1달러당 지역 경제에 3배 이상 많은 돈을 돌려준다고 합니다. 로컬 브랜드가 지역 내 순환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대전의 성심당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예전엔 대전하면 노잼도시의 인식으로 매년 여행만족도 조사에서 꼴찌 16위를 차지하며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았지만, 성심당 효과 때문에 2024년 국내 여름휴가 여행 종합 만족도에서 순위권 10위로 급 상승하며 대전을 유잼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성심당의 낙수효과는 주변 동네 빵집에게도 이어져 "대전 빵축제"라는 지역 축제로 확산되었고, 많은 인파가 몰리며 대전 경제 활성화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로컬브랜드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단어의 정의를 전주대 원민 교수님의 세션에서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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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브랜드는 로컬자원이 모델을 둘러싸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전주대 원민 교수님-
로컬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고유 로컬 자원을 담은 브랜드로서 일반 브랜드와 구분이 됩니다. 로컬자원이라는 단어 안에는 '지역 커뮤니티/자원/문화/역사'를 내포하고 있어,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브랜딩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컬브랜드는 트렌드에 쫓아 가기보단,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해 그 흐름에 따른 스스로의 위치를 점검하며 '자기다움'을 잘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트렌드를 쫓아 운영하다가 자기다움을 잃어버려 아쉬움을 가져온 대표적인 로컬브랜드는 "청년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청년몰 사업은 780억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죠. SNS에 홍보 콘텐츠가 가득했고, 초기 청년몰에는 사람이 북적거렸지만 이제는 전국 청년몰 633개 점포 중 약 37% 휴업 또는 폐업을 하며 갈 곳을 잃어갔습니다.
청년몰 폐업 이유 중 하나는 지역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에도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다들 비슷한 아이템으로 전국에 청년몰들이 생겨나니 꼭 그곳의 청년몰을 방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실제로 아직까지 청년몰을 유지하고 있는 청년몰 브랜드를 찾아보면 '지역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로컬 자원을 활용해 차별성을 갖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 거지요.
로컬엔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로컬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지역 주민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해요.
-영화제작소 눈 강경환 대표님-
로컬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로컬 크리에이터"와 "주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강경환 대표님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실제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주민이 우선되어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인 "누워있는 호텔" 사례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강원도 정선에 있는 폐광촌에 있는 마을을 주민들과 함께 특색 있는 지역 브랜드로 변화시켰던 이야기였습니다.
누워있는 호텔의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진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동네 주민 분들의 협조"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를 활력 있게 하기 위해서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부녀회장님/골목 조성을 위해 도움을 주신 동네분들/동네를 위해 도움을 준 청년'까지 결국 주민들이 있어 지역 컨텐츠가 반영된 특색 있는 지역 콘텐츠가 나왔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누군가에게 잘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한데, 누워있는 호텔은 이 모든 과정을 "스토리텔링"으로 담았습니다. 스토리가 다른 사람 마음에 안착을 시키려면 "공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 어르신들이 마을을 살리기 위해 직접 하나하나 꽃을 심고 골목을 깨끗이 하며 동네가 변화화는 과정 속에 참여하는 모습들을 담아낸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 삶을 담아내는 듯 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마을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진전성도 엿볼 수 있고요. 진정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은 정선만의 누워있는 호텔의 공간의 가치를 더욱 뜻깊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더욱더 로컬 브랜드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2018년 OECD 조사기관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 총생산 비중이 높은 나라는 한국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서울 인구가 100만 명대였던 1950년대를 지나 80년대 후반엔 이르러는 1000만 명대에 육박하기까지 했습니다. 현재는 약 서울에 940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고 나니 지방과 서울의 공공 서비스나 문화 콘텐츠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서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지방 사람들은 자꾸만 서울로 오게 되는데, 그럴수록 지방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만 인구가 치중된다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이며 결국엔 누군가는 삶의 질이 올라가겠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삶의 질이 떨어질 것입니다. 수도권이 한정되서가 아닌 우리나라의 균형 있는 삶의 만족도를 향상하기 위해선 지역 브랜드를 더욱 아끼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Keep Portland Weired
포틀랜드를 이상하게 유지하라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의 포틀랜드 도시는 로컬브랜드의 천국이자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를 배출해 낸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슬로건은 "Kepp Portland Weried"인데요. 실제로 도시에 가보면, 각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여러 지역 행사들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로컬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대세를 따라가는 게 아닌 자기다움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포틀랜드는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기다움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는 자기다움이 혹시 이상하게 인식되면 어떡하지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다움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힘이 생겨나고, 다양한 시도를 두려움 없이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걸음은 자기다움을 담은 로컬브랜드에 대한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지 않을까요?
4시간 동안의 강의였지만 강의 내용이 많아 하나의 글에 모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다음글에는 실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