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오전 10시 30분. 딱 그때였다. 내 허리에 문제가 생긴 건. 정확한시간을 기억하는 건 허리를 폈을 때수영장 안에 걸린 시계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수영을 시작한 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여행지를 가든 수영액티비티는기본이었기에 맘껏 즐기고 싶었던 나는 1년 반쯤 전에 수영장을 찾았다. 공립 수영장 강습을 받기 위해서는 대기가 어마어마해 말이 나온 김에 사립 수영장에 덜컥 등록을 하고 말았다.
"물에 뜨게만 해 주세요. 튜브 없이 한 번 떠보고 싶어요."
내 평생의 소원이었다. 허우적거리지 않고 맨몸으로 자유롭게 물 위에 떠있어 보는 게.
"저 자유형만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시간이 지나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진도는 일사천리로 나갔다. 자유형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던 소망은 곧 배영까지. 배영은 곧 평영으로. 평영은 다시 접영으로 이어져서 4개월 만에 나는 접영까지 익히게 되었다.
'나 좀 잘하나 봐. 숨어있던 운동 신경이 이제야 기지개를 켰군.'
자화자찬하며배운 영법은자유 수영으로 이어나갔다. 그렇게 1년을 수영했더니 몸무게는 13kg이나 빠져 어느새 처녀 시절 몸무게로 돌아갔다.
"어쩜 이렇게 말랐어? 모델 같네. 참. 어떻게 살 뺀 거야?"
"수영만 했어요. 1년을 하니 저절로 살이 빠지네요. 허허."
수영장에서 자주 뵙는 어머님들이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하면서도 눈치가 보였다. 그분들도 매일 같이 수영장에 발도장 찍는 걸 알기에.
하지만 그건 정말 사실이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서 수영을 하니 살은 저절로 빠졌다. 처녀 시절 몸매로 돌아가자 예쁜 옷에 손길이 갔다. 예쁜 옷을 입자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자신감이 생기자 삶에 생기가 돌았다.
내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해 준 건 수영이었다. 그런데 이 일이 터진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이사를 와 집 근처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두어 달 다니고 있을 때였다. 강사님은 내 접영 웨이브가 형편없다며 더 깊고 크게 하라고 주문하였다.
'에라잇, 모르겠다.'
강사님의 호령대로 평소보다 더 힘차고 크게 웨이브를 하는 도중허리에서 '뚜둑'거리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불길한 예감은 밀려왔지만 허리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애써 모른 척하고 싶었다.시간이 흐르며 통증은 점점 불어나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고샤워실에서 나는 그만주저앉고 말았다.
"디스크 탈출증입니다. 디스크 환자에게 접영은 최악의 운동입니다. 당분간 접영뿐만 아니라 자유형도 하면 안 됩니다. 누워 계세요. 걷기도 힘들 거예요."
청천벽력과 같은 의사의 말에 머리가 굳는 듯했다. 매일 밥 먹듯이 하던 게 수영이었다.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게 수영이었다. 수영은 나에게 문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에 의사의 말은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신경차단주사를 맞고 일주일치의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마음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